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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배움에 눈 뜨는 아이들은 마사이족의 희망찬 내일

입력 | 2013-09-02 03:00:00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의 마사이족 전통마을에서 마주친 여자 아이. 아루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의 마사이족 전통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둘러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1인당 10달러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방문객 일행과 마사이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결국 마사이족이 흥정에서 이겼다. 마을 대표의 사인이 떨어지자 전통 의상을 입은 20여 명이 하늘로 껑충껑충 뛰는 마사이 춤으로 일행을 환영한다.

사자를 사냥하는 용맹성과 마사이 워킹으로 널리 알려진 마사이족. 하지만 이 마을은 마사이족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민은 80여 명. 입구를 지나자 마을 한복판에 소 우리이자 공동묘지로 쓴다는 원형 공간이 나온다. 이곳을 중심으로 소똥을 이겨 벽에 바른 둥그런 마사이 가옥 ‘보마’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 보마는 일부다처체인 마사이 가족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아루샤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샤론 씨(25)는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마사이족 청년으로는 드물게 교육을 받았고, 영어도 학교에서 배웠다.

―1년 수입이 얼마나 되나.”

“그때그때 다르다. 잘 모르겠다.”

―계속 마을에 있을 건가.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선교사들에 따르면 마사이족은 케냐에 25만 명, 탄자니아에 10만 명 등 모두 40만 명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사이족은 익숙한 유목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진학률도 낮고, 위생상태가 나빠 다양한 질병에 시달린다. 샤론 씨처럼 학교를 졸업해도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로 나가면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마사이 거주 지역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문흥환 선교사는 이런 마사이족에 대해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언급했다. “보마에서 아이 셋이 보이면 엄마가 모두 다르다는 농담이 있지만, 비좁은 공간에 20명이 살아도 다툼이 없는 게 마사이 문화다. 최근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가 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을 느낀다.”

보마 근처에 있던 어린 여자 아이가 수줍은 듯 숨는다. 그래도 외부인이 신기한 듯 고개를 살며시 내민다. 마사이족의 미래다.

아루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