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외도로 없이 3300가구 입주양재동 주민 “주거환경 악화” 확장 반대출퇴근때 기존도로는 거대한 주차장
서울 서초구 우면2지구에 3300여 가구의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우면2지구와 강남대로를 이어주는 지구외도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교통대란이 일고 있다. 8월 30일 오후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지만 강남대로로 통하는 2차로 양재천길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올 초 서울 서초구 우면2지구에 입주한 회사원 김모 씨(45)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울화통이 터진다. 집이 회사와 가까워 대출까지 받아 입주했지만 출퇴근 시간은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코앞에 살면서 지각한다’는 상사의 구박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김 씨가 강남역 부근에 있는 회사를 가려면 아파트의 주 진입로(6차로)에서 ‘태봉로(4차로)∼지하차로(2차로)∼양재천길(2차로)’을 빠져나와 강남대로로 진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태봉로∼양재천길은 강남대로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로 1.1km 남짓이다.
대중교통 수단도 열악한 상황이다. 아파트와 강남대로를 지나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달에야 우면2지구와 양재역만 직통으로 왕복하는 마을버스 노선 1개가 증설됐을 뿐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양재역 매봉역 강남역까지도 최소 2km 이상 떨어져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김 씨는 답답한 마음에 얼마 전부터 아예 양재천길 앞에서 병목현상을 피해 주택가를 가로질러 경부고속도로 옆 경진갓길을 따라 출근하고 있다. 이 길도 1차로 일방통행 길이어서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언제 길이 열릴지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역의 차량 정체가 심각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 입주한 단지와 강남대로를 이어 주는 지구외도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조성에 맞춰 도로가 개통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역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언제 공사가 끝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SH공사는 2005년부터 50만여 m²(약 15만 평)의 우면2지구를 개발해 분양했고 올 초까지 33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우면2지구와 강남대로를 연결하는 지구외도로는 2011년에야 57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2014년 상반기까지 기존 도로 ‘태봉로∼양재천길’(1.1km)을 현재보다 2차로 더 확장해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초구는 도로를 신설할 경우 “교통량 분산이 효과적이고 차량 정체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주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4년 하반기까지 대체 도로 신설을 추진했다. 추가 공사비도 서울시와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로 입주한 우면2지구 일부 주민이 “시민의 숲이 훼손된다”며 반발했고 SH공사도 “주민들의 갈등이 심하고 공사비가 추가되면 부담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주민 이모 씨(47·상업)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벌써 3년이 돼 가는데 아직까지 도로를 ‘신설할지’ ‘확장할지’조차 결정이 안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업 초기부터 도로 계획을 부실하게 수립해 주민들의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2015년 5월 삼성전자의 핵심 연구기지인 우면 연구개발(R&D)센터가 우면2지구에 들어선다는 것. 연면적 33만 m²(약 10만 평) 규모의 R&D센터는 현재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상주 연락 인력만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이 지역의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아파트 준공 시점에 맞춰 도로를 개통하려 했지만 노선을 변경하면서 관계기관 협의가 지연됐다”며 “서초구가 요구하는 시민의 숲 길을 지나는 대체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사업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고 지금 착공해도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