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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리포트]깨고나면 개운한 잠, 최고의 보약입니다

입력 | 2013-09-02 03:00:00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클리닉 교수

한 TV 광고에서 에디슨은 ‘잠은 인생의 사치’라고 표현하며 하루 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에디슨의 말과는 달리 인간에게 잠은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소한 조건이다. 에디슨이 말한 4시간도 깊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잠자는 시간의 길이도 중요하지만 질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에디슨이 말한 ‘숙면’이란 꿈을 꾸는 수면이라 불리는 렘(REM)수면과 비(非)렘 수면의 1, 2단계 수면 및 서파수면이 번갈아 4, 5차례 되풀이되며 깊은 잠을 자는 것을 뜻한다. 렘수면은 중추신경계를 회복하며 비렘수면은 신체회복을 위한 수면이므로 각 단계에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낮에 계속 졸리게 된다.

밤 기온이 25도 이상 지속되는 열대야 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숙면을 취하기가 무척 어렵다. 숙면을 방해하는 여러 원인 중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온도와 습도이다. 잠을 자는 데 가장 적합한 온도는 18∼20도로 침실의 기온이 높으면 체온조절중추가 너무 흥분돼 중추신경계의 활성도가 높아지면서 잠을 잘 못 자게 된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긴 시간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하지만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여러 단계가 조화를 이루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질적으로 무척 낮은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무척 더웠던 올여름에는 특히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늘었다. 아마도 장마가 길어지면서 뜨거운 밤 기온과 함께 높은 습도가 불면증을 가중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잘못된 습관들과 인터넷에서 떠도는 주관적 처방들은 오히려 밤잠을 더 설치게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체온을 떨어뜨리면 잠을 잘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힘든 운동으로 몸을 지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뇌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보다 활성화하고 각성 상태를 증가시켜 숙면에 해가 된다. 또 기름진 치킨을 곁들인 시원한 맥주나 수박으로 만든 화채 등 수분이 많은 야식은 이뇨작용으로 수면을 방해한다.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한 시간 이상 자는 것도 생체리듬을 깨뜨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숙면을 하려면 지나친 운동보다는 잠들기 직전을 피해 산책 및 자전거 타기 같은 가벼운 운동을 30분가량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독서나 조용한 음악을 듣다가 졸리다 싶을 때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잠이 보약만큼 우리 건강에 중요하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요소들이 우러나오지 않은 보약이 아무 쓸모없듯 잠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누워만 있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