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에 따른 초등생 자녀 지도법
일러스트레이션 최남진 기자 namjin@donga.com
박 양의 어머니 이모 씨는 “딸 아이가 외모를 꾸미는 걸 좋아해서 매주 3∼4일은 치마를 입는다. 그런데 워낙 뛰어노는 걸 좋아하다보니 늘 속바지를 따로 챙겨준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보다 학교 준비물을 깜박할 때가 많을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감성적이고 섬세한 남학생’과 ‘활동적이고 털털한 여학생’ 등 전통적 성 역할과는 다른 기질을 가진 남녀학생이 늘어나면서 자녀의 기질에 맞는 지도법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섬세한 남학생이 느는 한편으론 ‘터프’한 여학생도 많아진다.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축구를 할 땐 남녀를 나누지 않고 여학생들도 함께 뛰어노는 건 기본”이라고 전했다.
‘엄마천하’ 집에서 자란 남자아이는 섬세해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많은 초등 교사들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기질이 생겨났다기보다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기질적 특성이 교육방식과 환경의 변화로 두드러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학교에서도 더이상 생물학적 성에 따라 역할을 나눠 가르치지 않는데다, 부모들도 자녀에게 특정 성역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생긴 변화라는 것.
요즘 적잖은 가정에서 집안의 주도권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가진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자교사 ‘품귀현상’을 겪는 초등학교 교사 성비불균형 문제가 더해져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자녀기질 맞춰 지도해야
많은 초등교사와 교육전문가는 “학부모가 자녀의 기질을 고려하지 않고 생물학적 차이에만 집중해 교육한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부모가 “너는 남자답지(또는 여자답지) 못하게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자녀를 지적하면 아이는 자신의 모습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
자녀와의 의사소통 방식도 기질에 따라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박광선 서울대사범대부설초등학교 교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외향적 성향의 아이는 부모가 조언자나 상담자 같은 역할을 하기보다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소 과장되더라도 ‘와∼. 정말 최고다!’와 같이 칭찬하면 아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내향적 자녀는 꼼꼼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다소 과장된 칭찬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 이런 자녀라면 아이의 생각과 계획을 존중하면서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기질적 특징을 잘 감안하면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다. 모둠활동, 협동활동이 많은 요즘 초등학교에선 섬세한 기질을 가진 남학생을 모임의 리더로 삼으면 다른 학생을 다독거리고 이끌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외향적인 성향이 강한 여학생은 세밀한 내용을 챙기는 건 잘 못하더라도 전체적 방향과 콘셉트를 잡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섬세한 기질의 아이는 다른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그룹스터디 형태로 공부를 시키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김지영 경기 천천초등학교 교사는 “섬세한 성향을 가진 남학생은 다른 친구가 무엇을 말하든 잘 받아주고 친구를 잘 도우며 가르쳐주기 때문에 그룹의 학습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태윤·이강훈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