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여행을
엄마들에게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무척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육아에서 아빠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빠와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 알려줬으니 말이다. 프로그램 초기만 해도 무뚝뚝했던 아빠들이 날이 갈수록 자상해지는 모습은 실로 놀라운 변화다. 응석받이였던 아이도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눈에 띄게 의젓해진다.
그렇다면? 맞다! 아빠를 육아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 답이다. 특히 여행은 소원했던 아빠와 아이들이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는 시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아빠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들도 쏟아지고 있다.
아빠, 오늘은 어디 가?
요리하는 남자로 더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 황인철 씨가 가족과 함께했던 캠핑 이야기를 정감 있는 에세이로 풀어냈다. 첫사랑에 빠진 아들에게 그 달콤함과 아련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캠핑장 가는 길에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마을에 들른 에피소드,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해 아들과 준비한 캠핑장에서의 소박한 파티 이야기 등을 읽노라면 좀 더 부지런한 부모가 돼야겠다는 반성을 저절로 하게 된다. 캠핑장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캠핑장에서 주의할 사항 등이 쉽고 간략하게 정리돼 있다. 글 황인철, Denstory, 1만3천8백원
열두 달 놀토 아빠표 체험 여행
여행과 학습을 연결시키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 일 년 열두 달 달력에 맞춰 서울 근교 여행지 매주 한 곳씩, 1박 2일 여행지 매달 한 곳씩, 그 시점에 가기 딱 좋은 체험학습 여행지 총 60곳을 엄선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와 연계해 체험지와 관련된 역사적 정보와 이야깃거리가 알차게 담겨 있어 가이드 없이도 훌륭한 체험이 가능하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활동, 다녀온 후 정리 포인트도 수록돼 있다. 글 구완회, 웅진리빙하우스, 1만6천원
개마고원
6·25전쟁으로 저마다 상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 남북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을 추진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다는 이야기. 기자 출신으로 세계를 누빈 저자의 경험과 해박한 역사, 지리적 지식이 묻어나 읽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전쟁 당시 엄청난 사상자를 냈던 개마고원 현장을 소설 제목에 가져와 역설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은빛까마귀’ ‘서재필 광야에 서다’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 글 고승철, 나남출판, 1만2천8백원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날씬하던 몸매는 온데간데없고, 백화점 신상 옷은 꿈도 못 꾼다.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면 낯선 사람이 서 있다. ‘이 아줌마 누구야?’ 현실의 틀 안에 갇힌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때로는 반항하고 때로는 용서하며 조금씩 성숙해가는 30대 중반 주부의 담백한 에세이다. ‘맞아 맞아!’ 하고 정신없이 읽는 동안 저자의 마법 같은 ‘개똥철학’에 푹 빠지게 된다. 글 류민해·그림 이크종, 한 권의 책, 1만3천5백원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손미나가 파리에 3년 넘게 살면서 보고 느낀 파리지앵의 삶과 철학을 잔잔하게 풀어냈다. 그가 직접 경험한 파리는 생각만큼 이방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웃집 여자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두꺼비집 화재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모텔 신세를 지고, 갑작스런 탈진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럼에도 “그냥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닌 파리지앵으로 살아보는 건 생애 한 번쯤 꼭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글 손미나, 웅진지식하우스, 1만5천원
페티그루 소령의 마지막 사랑
노년의 삶에 찾아온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 명예, 예의, 그리고 제대로 끓인 차 한 잔을 소중히 여기는 퇴역 소령 페티그루, 마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영국 작가 키플링의 소설을 즐겨 읽는 파키스탄계 미망인 알리. 이들은 보수적이고 말 많은 작은 마을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키워가기 시작한다. 예순의 사랑은 열여섯의 그것보다 짜릿하고 용감하다.
글 헬렌 사이먼슨, 문학동네, 1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