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선거-무장투쟁 병행 ‘집권플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정기국회 첫날인 2일 국회본회의장에서 두 손을 모으고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고있다. 여야는 이날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의원은 자신이 이끄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을 통해 이 같은 ‘장밋빛’ 집권 전략을 그려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해 ‘한반도의 지배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후된 사회가 아닌 발전한 사회에서는 체제를 한 방에 뒤집어엎는 ‘기동전’ 대신 정치에 참여해 ‘진지전’을 펼쳐야 한다는 이탈리아 사회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 이석기의 ‘집권 플랜’ 내용은
이 의원은 또 지난해 4·11총선 결과와 관련해 “(의석수) 13석 돌파로 제3세력으로서 기존 양당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진보군을 형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혁명적 낙관주의와 전투적 기상으로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뤄 내자”고 덧붙이기도 했다. ‘가는 길 험난해도…’라는 말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내세웠을 때 수십만 명의 아사(餓死)자가 발생하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구호다. 정치권에서는 “종북세력의 허황된 망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조직을 가동하고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점 등을 무겁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안당국은 RO가 집권플랜의 토대 위에 무장투쟁도 병행하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준비해 왔다고 보고 있다. 체포동의요구서에서 공안당국은 이 의원을 지하조직 RO의 수괴로 지칭한 뒤 조직원들에게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킬 것을 선동, 음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RO의 강령에 나온 ‘남한사회 변혁운동’은 합법, 비합법, 폭력, 비폭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남한 사회주의 혁명 투쟁’을 의미하며, 강령 실현을 위해 총책인 이 의원의 지휘 아래 조직원들은 사회단체, 지자체, 공공단체, 정당, 국회 등에 침투해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려 왔다”고 밝혔다.
○ 남한은 ‘식민지’-북한은 ‘강성대국’
체포동의요구서에서는 이 의원이 남한 사회를 북한이 규정하는 것처럼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 군데서 드러난다. 그는 “미국은 남측의 양당 체계를 바탕으로 분할통치 전략을 유지해 왔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를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치 전략으로 본 것이다. 그는 “현 정세는 미 제국주의에 의한 낡은 지배 질서가 몰락 붕괴하는 격동기”라며 “조선반도는 미 제국주의 지배 질서의 가장 약한 고리이며 제국을 무너뜨리는 세계 혁명의 중심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이석기 퇴로 차단
공안당국은 이 의원에게 기존의 혐의(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외에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했다. “강연만 했고 내란을 모의한 적은 없다”는 이 의원의 해명으로도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차단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내란음모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명 이상이 내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의견 교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모임을 소집하지 않았고 참석자들과 논의를 한 것이 아니라 강연만 했다면 법적으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내란선동은 적용 범위가 좀 더 넓다.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직접 “전쟁 준비” 등을 언급한 것으로 나와 있다.
최창봉·민동용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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