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내가 주심대법관은 아니었지만 4인의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 피고인 측은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에게도 청탁해 왔다고 했다. 남편에게 거액의 돈이 든 쇼핑백까지 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남편이 거절하자 다른 변호사라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여 소개해 주었다고 하였다. 만일 그 사건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결되었더라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청탁을 받고 사건을 봐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난달 초 모 신문에 남편이 그 사건을 위임장도 없이 수임하였으며 김영란 대법관은 과연 그걸 몰랐을까 운운하는 황당한 (기자)칼럼이 게재되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해 두었다. 대법관을 배우자로 둔 변호사가 배우자가 소속된 재판부의 사건을 수임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이처럼 청탁이란 판결이나 나아가서 공직자의 법집행의 신뢰를 저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공직자나 그 가족들이 청탁에 시달리다가 이를 배척하였음에도 결과에 관계없이 이런 오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기가 찰 일이다.
반부패기구의 기관장으로서 나는 어떻게 하면 이같이 공고한 ‘부패 카르텔’을 깰 것인가 고민하였다. 국민의 부패에 대한 감수성은 선진국 수준인데 뇌물수수죄 등 종래의 형사법적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추진한 법안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다. 그런데 이런 ‘부패 카르텔’을 깨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일지 모른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