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산림청장(왼쪽)이 6월 충남 청양군에 있는 톱밥 표고버섯 재배 법인인 청흥버섯영농조합을 방문해 버섯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산림청 제공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 60∼70개의 텐트를 모두 둘러봤다. “숲 속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먹을까”가 궁금해서였다.
10여 곳을 빼놓고는 식사를 하거나 준비 중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40여 곳이 삼겹살 바비큐였다. 숯불 또는 가스버너를 이용한 불판 위에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가고 있었다. 숲 속은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했다. “역시 야외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먹으니 제격이야”라는 말이 들려왔다.
고기 굽는 냄새나 연기의 부작용은 차치하더라도, 산림청 사람들은 “이왕이면 숲에서 숲 요리가 좋지 않을까”라고 권한다. 바닷가에서는 생선, 육지에서는 고기, 숲에서는 우리 몸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음식, 즉 숲 요리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 임산물 수확의 계절, 숲 요리가 제철
이날 캠핑장에서는 한 가족의 이색적인 식단이 눈에 띄었다. 메인 메뉴는 표고버섯수제비, 반찬은 더덕구이였다.
병원을 운영하는 남편,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와 함께 캠핑을 왔다는 조모 씨(45·여·충북 청주시)는 “고기는 자주 먹는 메뉴다. 숲에서는 숲 요리가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미리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양념한 더덕을 고기처럼 앞뒤로 구워 냈다. 그리고 가늘게 썬 표고버섯과 멸치를 넣어 육수를 낸 뒤 밀가루 반죽으로 듬성듬성 수제비를 떴다. 조 씨는 “내일 아침 메뉴는 곤드레밥”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임산물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버섯과 도토리 밤 등 견과류다.
우리나라 산림에는 대략 1700종의 버섯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송이, 표고, 팽이, 양송이 등 10여 종이 20만 t 정도 생산되며 1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윤영균)은 지난달 6일 산림과학원에서 국내 버섯 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버섯 및 관련 재배 기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산림 버섯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조성택 과장(화학미생물과)은 “버섯은 고령화시대에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식품 중 하나”라며 “버섯 자원의 체계적인 수집·평가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버섯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방법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열린 ‘3.0 산림 행정’으로 숲의 새로운 도약
산림청은 임업은 단순한 1차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산림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등 임업도 성장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이 행복한 숲 만들기’ 사업에 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LG화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림청과 두 기업은 숲 가꾸기 및 숲 체험 활동 등 사회공헌 사업에 공동으로 적극 참여하고 숲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공동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국민이 행복한 숲’을 만들어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체험 및 교육·홍보의 공간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또 현대자동차와 함께 새만금간척지 내 2ha에 포플러 묘목 2만 그루를 심는 등 바이오 에너지림을 조성해 기후변화에 따른 숲의 중요성을 알리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목재펠릿을 생산하기로 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