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日학자 주장 인용 보도“화엄경서 한자축약 각필 발견”
일본어 문자의 하나인 ‘가타카나(片假名)’가 신라에서 전래됐다는 점을 입증할 실증자료가 발견됐다. 가타카나는 외래어나 의성어 표기에 주로 사용되는 소리글자로 한자의 자획을 축약해 만들어진 것이다.
2일 NHK방송에 따르면 히로시마대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명예교수와 한국 연구진은 740년경 통일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불경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서 가타카나의 기원으로 보이는 문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 불경은 나라(奈良) 시 도다이(東大)사가 소장하고 있다.
연구팀이 불경 일부를 조사한 결과 먹으로 쓰인 한자 옆에 나무나 상아 등 단단하고 뾰족한 물체로 종이를 눌러 작은 글자 자국을 새긴 곳이 360군데 발견됐다. 이른바 ‘각필(角筆)문자’로 촛불이나 햇살에 비스듬히 비추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등에서 사용된 각필문자는 눌린 흔적만 있고 색깔이 없어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가 1961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고바야시 교수는 이 분야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이번에 발견된 각필문자는 대부분 가타카나의 조성 원리와 똑같이 한자를 축약한 형태였다. 예컨대 왕(王)이라는 한자 옆에는 이(伊)에서 인(人)변을 떼어낸 윤(尹)이 새겨져 있었다. ‘왕이∼했다’는 의미를 전달할 때 주격조사인 ‘이’를 한자 축약으로 표기한 것이다. 고바야시 교수는 “이들 각필문자는 신라어로 한문을 읽어내기 위해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자를 축약해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가타카나의 기원이 한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동국대 김성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각필문자는 고려시대에 확립된 구결(口訣·한문 해석이나 독송을 위해 각 구절 아래에 달았던 문자)의 초기 형태”라며 “신라시대의 구결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9세기부터 기록이 남아있는 가타카나의 기원이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