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심포니 수석연주자 재계약서 밀려난 플루티스트 최나경
플루티스트 최나경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빈 심포니 사건 이후) 쉬면서 더 단단하고 견고해진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됐다”면서 “플루트를 계속하는 한 앞으로 더 아름다운 음악을 나누기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소니뮤직 제공
플루티스트 최나경(30)은 심사위원 20명의 만장일치로 지난해 8월 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 자리에 앉았다. 빈 심포니는 빈 필하모닉(빈필)과 함께 음악의 도시 빈을 대표하는 양대 오케스트라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초 단원 투표에서 찬성 47표, 반대 66표를 받아 재계약에 실패했다.
조용히 지나갈 법도 했던 이 일은 영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지난달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빈 심포니 내에 인종·성차별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음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튿날 이 블로그에 빈 심포니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최나경의 글이 더해지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거리마다 플루티스트로 가득한 뉴올리언스에서 최나경은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다. 리사이틀 전날까지도 이 연주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나에게 좋지 않은 뉴스가 있어서 며칠간 이불 뒤집어쓰고 있느라 연습을 많이 못했어요. 하지만 연주회를 취소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따뜻한 박수. 연주가 끝난 뒤 사인회에 갔더니 온통 꽃 세상이 돼 있었다. 누군가가 말을 건넸다. “생일 축하해요.” 최나경은 어리둥절했다. 생일이라니? “바보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나온 걸 축하해요. 오늘부터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거예요!”
빈 심포니 입단 첫날부터 그를 곱게 보지 않았던 50대 오스트리아인 여성 플루트 단원을 비롯한 일부 단원의 질투 어린 시선들, 오케스트라 내에서 극소수자인 동양인이었기에 더욱 성실하고자 했던 노력, 그래서 더 억울했던 마음…. 최나경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다독였다.
빈 심포니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최나경은 프랑스 리옹와 보르도, 독일 카를스루에, 일본과 국내 오케스트라까지 10곳이 넘는 오케스트라로부터 수석 자리를 맡아줄 것을 제의받았다고 했다. 최나경은 “어떤 오케스트라에 갈 건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당분간 솔로 활동하면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힘든 순간이면 열아홉 살 미국 커티스음악원 시절을 떠올린다. 근육이나 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오른손이 말을 듣지 않아 6개월간 플루트를 불지 못했다.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이니 당장 음악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믿으며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였고 슈만의 ‘로망스’를 불며 재기했다.
“재계약이 안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먹을 꼭 쥐고 생각했어요. ‘플루트를 연주할 수 없었던 그때를 생각해. 그래도 지금은 플루트를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플루트를 계속하는 한 난 정말 괜찮아.’”
방긋 웃는 최나경을 6일 오후 7시 반 경기 부천시 지봉로 가톨릭대 성심교정 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종덕이 지휘하는 부천시향과 이베르 플루트 협주곡을 협연한다. 무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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