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
최정근 제일정형외과 원장(왼쪽)이 무릎 관절 모형을 들고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 제공
게다가 언젠가부터 김 씨의 양다리는 바깥쪽으로 휘는 O자형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런 다리가 부끄러워 외출할 때 치마를 입어 본 지도 오래다. 김 씨가 예전에 다니던 동네병원에서는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져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을 몸에서 들어내야 한다는 말에 겁부터 덜컥 났다.
퇴행성관절염, 수술이 정답 아니다
우리 몸은 40세 정도를 기점으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변화에는 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무릎은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부위라서 퇴행성관절염이 다른 부위보다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 55세 이상 인구 10명 중 7명 정도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감과 자칫 ‘수술이 잘못돼 평생 못 걸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해 반드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관절 전문가들은 일단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증상 정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X선상에 심각한 연골손상이 보이지 않는 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요법과 물리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과 생활양식 개선으로 관절 자체의 힘을 강화하고 관절의 퇴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다.
하지만 약이나 물리치료를 6개월 이상 했는데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환자가 중증 이상의 연골손상과 심한 활액막염(힘줄을 둘러싼 활액막에 생기는 염증)을 함께 앓고 있는 때가 많다. 이런 때는 연골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필요하다.
근위부경골절골술로 휜 다리 교정 가능
국내 무릎 관절염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O자형 다리는 선천적인 기형이나 외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관절의 퇴행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O자형 다리의 원인으로 양반다리와 쪼그려 앉는 자세를 지적한다. 이런 자세를 오래하다 보면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고 무릎으로 가는 몸의 하중이 양다리로 고루 분산되지 못해 관절염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앞에 나온 주부 김 씨처럼 O자형 다리를 고치려면 당장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릎의 한쪽만 닳아 변형이 왔다면 근위부경골절골술을 통해 다리의 중심축만 정상적인 위치로 맞춰준다면 굳이 인공관절 수술 없이도 휜 다리를 교정할 수 있다.
근위부경골절골술은 무릎관절 안쪽으로 집중되는 무게를 바깥쪽으로 옮기는 원리를 이용한 수술법으로 무릎 관절이 휜 방향의 무릎 아래쪽 뼈의 일부를 잘라내 정상적인 각도로 회복시키는 수술법이다. 이때 뼈가 벌어진 틈은 기구를 이용해 고정하거나 자신의 뼈 혹은 기타 충전재를 이용해 메워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관절염 예방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운동이나 큰 움직임을 하기 전에 굳어 있는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또 쪼그려 앉는 자세 장시간 양반다리, 무릎을 구부정하게 굽히는 자세는 가능한한 피해야 한다. 최장근 제일정형외과 원장은 “비만 역시 관절에 무리를 주고 관절 손상 및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