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연구회
암 치료에서 복약을 중단한다는 것은 완치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 경구 치료제를 통한 암 완치의 사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입증하는 임상연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사실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바로 백혈병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나도 약을 끊어도 될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됐다.
투약 중단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 내 암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학 용어로는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혈액 안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농도가 0.0032%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이 상태를 1∼2년 이상 유지한 환자만 투약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글리벡으로 치료했을 때 약 40%의 환자가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했다. 이 중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완전 유전자 반응 상태를 유지한 환자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글리벡으로 치료한 전체 환자 중 12%만이 투약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리벡 이후에 나온 2세대 약물 중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비해 세 배 이상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 아직 임상연구 중이지만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철저하게 유전자 반응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약 중단 뒤 다시 암 유전자 수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투약 중단 뒤 초기 6개월은 매달, 그 후에는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 위원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는 이제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를 향해 진화해 가고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