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 경영난에… 증권사 어느때보다 매서운 구조조정 칼바람
최근 증권업계에는 A증권회사가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하지만 A사 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전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은 맞지만 객관식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적어내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A증권 설문 들어봤어?”라거나 “다른 곳도 구조조정 들어간다며?”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는 감원에 대한 증권업계 직원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줄이고 또 줄여라”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 빌딩 숲.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62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4만1687명으로 지난해 6월 말에 비해 1899명(4.4%)이나 감소했다. 한 분기 전인 3월 말보다는 630명(1.5%)이 줄었다.
‘연봉과 직원 모두 10%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A증권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증권이 곧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뒤이어 3, 4개 증권사도 인력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은 처참하다. 전체 62개 증권사 가운데 1분기(4∼6월)에 순이익을 낸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많게는 200억 원대의 순손실을 낸 곳도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서 증권사들은 지점 수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6월 말 1744개였던 증권사 국내 지점은 올에 6월 말 1565개로 감소했다. 1년 만에 179개(10.4%)가 문을 닫은 것이다.
○ 온라인 거래에 거래대금 급감까지…미래가 캄캄
일부 증권맨은 “현재가 바닥이 아닐까 싶다”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증권업 자체가 기로에 섰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최근 증권사 실적 부진은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장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급증하긴 힘든 상황이다.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01∼0.5%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가가 올라도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수입을 올리기 힘들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는 채권이라는 ‘기댈 언덕’이 사라진 점도 칼바람이 더 매서워진 요인이 됐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가가 떨어져도 증권사들이 수조 원대의 자기자본으로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보전했지만 올해는 금리가 요동치면서 채권 투자에서도 손실이 나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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