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휘 사회부 기자
대학이 4차례 회의 끝에 3일 내놓은 종합대책은 기숙사 내·외곽 보안시스템 개선 강화, 비상연락체계 구축, 경비원 충원이 전부다. 책임자 문책은 거론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 홈페이지에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점 사과한다”며 출입카드 사용 및 문단속 철저를 부탁했다. 잠금장치 설치나 지문시스템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 마련은 빠졌다. 마치 이번 사태는 ‘실수’였고 ‘우연’인 것처럼 말한다.
여학생 기숙사인 자유관 A동 정문에는 경비실이 없다. 뒤쪽 B동에 경비실 1곳이 있을 뿐이다. 건물 안에 조교실이 있지만 범인 출입을 눈치 채지 못했다. 특히 범인은 또 다른 출입구인 도서관 쪽 문을 통해 침입했다. 이곳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시스템이란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범인은 “문을 미니까 스윽 열렸다”고 진술했다. 3곳 출입문 모두 폐쇄회로(CC)TV는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날은 자유관 전체의 출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범인은 3시간 넘게 기숙사를 활보했다. 대학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는 선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잠을 자다가 얼떨결에 머리채를 잡히고 목이 눌린 채 피해를 당한 그 학생의 충격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딸을 학교에 맡긴 부모들 또한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조용휘 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