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사이트 추천곡제 개선 ‘미봉’ 논란
“이제 6곡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또다시 문제죠.”(A가요기획사 대표)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이트인 KT 지니, 올레뮤직, 벅스, 엠넷이 2일부터 ‘추천곡’ 제도를 바꿨다. 종합 음원 차트 맨 위에 노출되는 추천곡 수를 늘리고, 이 곡들이 자동으로 재생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사이트들은 이전까지 톱100(상위 100곡)이나 장르별 차트 맨 위에 한두 곡의 추천곡을 뒀다. 차트 전체 듣기 버튼을 클릭하면 서비스사가 일방적으로 선택한 추천곡이 자동 선택돼 1위 곡보다도 먼저 재생됐다. 서비스사들은 지금껏 하루 종일 한 곡만 노출되거나 30분마다 번갈아 노출되던 추천곡 수를 4∼6개로 늘리고 10∼15분마다 추천곡이 바뀌도록 했다.
서비스 변경을 발표한 4개사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에 발맞춰 사용자의 음악 선택권 측면에서 ‘끼워 팔기’라 불리는 자동재생 기능을 삭제한 것”이라며 “논란이 돼온 음원 사재기를 통한 차트 순위 조작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천곡에 꼽히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기획사들이 홍보효과를 위해 음원 사재기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음원 서비스 사이트 관계자는 “그간 음원 서비스 사이트의 모기업에서 제작 투자한 가수의 음원을 주로 추천곡에 선정했다”며 “타사에서 제작 투자한 음원을 다른 사이트에서 서로 추천곡에 선정해주는 일종의 ‘뒷거래’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추천곡 제도를 아예 없애면 좋겠지만 이미 확보한 홍보 수단을 폐기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대표는 “추천곡이 늘었다고 하지만 4∼6곡 안에 들기 위한 또 다른 경쟁과 박탈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인과 인디 음악인의 앨범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는 “서비스사들이 사기업인 만큼 수익이 나는 음원을 추천곡에 넣으려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면서도 “이 기회에 잘 만들어진 다양한 음악에 대한 안배도 이뤄졌으면 한다. 현 음악계에서 막강한 창구인 만큼 서비스사들이 음악계의 질적인 향상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문화적 기능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