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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전천후 내야수 마이클 영 합류, 다저스 우승 퍼즐 완성!

입력 | 2013-09-04 07:00:00

마이클 영. 동아닷컴DB


■ 고향팀 다저스로 돌아온 마이클 영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이미 최고의 선수로 검증된 마이클 영의 영입은 다저스 내야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전천후 내야수 마이클 영(37)이 1일(한국시간) LA 다저스로 전격 영입되자, 팬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원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 외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그의 평소 다짐은 다저스라는 이름 앞에서 무너졌다.

영의 고향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코비나다. 대학도 UC샌터버버라를 나왔기 때문에 LA 토박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기적과도 같은 행보를 보이며 내셔널리그 최강팀으로 부상한 고향팀 다저스로의 이적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 역시 레인저스 시절 2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아직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고향팀에서 꿈에도 그리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 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붉게 물들이겠다는 것이 영의 생각이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마침내 월드시리즈 경험을 가진 스타급 선수가 우리 팀에 왔다. 영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만 해도 다저스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영이 1루와 3루 백업 요원으로 뛸 수 있기 때문에 좀더 많은 옵션이 생겼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저스는 영의 잔여 연봉인 약 100만달러만 책임지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은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다저스는 목 부상을 입은 조시 베켓을 60일짜리 부상자명단으로 옮겨 영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영은 3일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전 9회초 1사 1·3루서 대타로 출전(삼진)해 다저스 신고식을 치렀다.

유격수·3루수 등 내야 전 포지션 소화 가능
5년 연속 200안타·12시즌 만에 2000안타
자선가로 유명…‘마빈 밀러상’ 2차례 수상
다저스 내야수 대타·지명타자로 손색 없어


● 올라운드 플레이어

영은 내야 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야구센스가 매우 뛰어나 루키 시절인 2001년 2루수로 10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를 기록했다. 박찬호가 레인저스의 에이스로 옮겨온 2002년 영은 확고한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아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2003년에는 공격에도 눈을 떠 204안타로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3위에 올랐고, 타율 0.306으로 2루수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04년 로드리게스가 레인저스 시대를 청산하고 양키스로 이적했다. 그의 트레이드 맞상대는 알폰소 소리아노였다. 소리아노 역시 2루수로 촉망받던 터라, 둘 중 한 명은 포지션을 옮겨야 했다. 영은 기꺼이 소리아노에게 2루수를 양보하고 유격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영의 성적은 오히려 향상됐다. 2004년 최다안타 2위(216개), 타율 9위(0.313)에 올라 로드리게스의 공백을 너끈히 메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5년에는 타율 0.331로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고, 최다안타(221개)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개인 최다인 24홈런을 치며 91타점을 올렸고, 114득점으로 아메리칸리그 5위에 올랐다.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영은 2008년부터 유망주 엘비스 안드루스에게 자리를 내주고 포지션을 다시 3루수로 옮겼다. 아드리안 벨트레가 옮겨온 2010년에는 아예 지명타자로 전환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천후 선수로 변신한 2011년 영은 타율 0.338로 타격 3위에 올랐다. 최다안타 공동 1위(213개), 타점 5위(106개), 출루율 8위(0.380)에 올랐다. 69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선 영은 3루수(40경기)와 1루수(36경기)로도 활약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기록의 사나이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대표팀으로 활약한 영은 그 해 P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9회초 극적인 결승 2타점 3루타를 때려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로드리게스 대신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긴 후 3년째인 2006년 영은 162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수비율(0.981) 1위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때린 그는 스즈키 이치로, 웨이드 보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8년 올스타전은 무려 4시간40분이나 소요돼 역대 최장시간 기록이 세워졌는데, 영이 결승타점을 올려 마라톤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해 영은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로브를 거머쥐며 최고의 유격수임을 입증했다. 2010년 7월 17일 영은 1748번째 안타를 때려 이반 로드리게스가 보유하고 있던 레인저스 구단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바꿔놓았다. 2011년 8월 8일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조시 톰린으로부터 생애 2000번째 안타를 뽑아내는 감격을 누렸다.

● 자선가

2009년 NBC를 통해 방영된 ‘The Philanthropist(자선가)’라는 드라마는 한 억만장자가 휴머니스트로 변하는 과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자선가로 손꼽힌다. 그의 어머니는 멕시코계 미국인이며, 공교롭게도 그의 아내 역시 멕시코 혈통이다. 멕시코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아들 3명의 이름을 ‘마테오’, ‘에밀리오’, ‘안토니오’라고 지었다.

영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는 소아암 추방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2006년에는 ‘영 스칼러십 프로그램’을, 2010년부터는 ‘마이클 영 패밀리 스칼러십 프로그램’을 차례로 설립해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2011년 7월 만들어진 ‘마이클 영 패밀리 파운데이션’이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정신적·육체적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치료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펼친 결과 영은 마빈 밀러 상을 2차례나 받았다. 마빈 밀러 상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왕성하게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1997년 처음 제정된 이후 2차례 이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는 존 스몰츠와 짐 토미에 이어 영이 3번째다.

● 다저스에서의 역할


다저스가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주전 3루수 루이스 크루스의 부진이었다. 크루스는 45경기에서 타율 0.125라는 참담한 성적을 내고 방출됐다. 후안 우리베 역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둥지를 옮겨온 이후 2년 동안 타율 2할 언저리를 상징하는 ‘멘도사 라인’에서 헤매던 터라 다저스의 3루수 자리는 한동안 ‘구멍’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크루스 방출 이후 다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우리베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타격까지 상승세를 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의 백업으로는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가 있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영은 우리베의 백업이자, 경기 후반 상대 왼손투수를 상대로 한 대타 요원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또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도 올 시즌 5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해 체력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여서 1루수 글러브를 끼는 영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듯하다.

만약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면 영의 역할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승리함에 따라 월드시리즈에서 지명타자가 최대 4경기에서 필요하다. 현재 다저스 로스터 중 영만큼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타자는 없다. 또 큰 경기에서 클러치 히트를 터뜨리는 그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안성맞춤이다. 메이저리그에선 보기 드물게 ‘나보다는 다른 사람’, ‘나보다는 팀’이라는 생각으로 10년 넘게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온 영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기를 기대해본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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