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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시장후보 양보하고 산하단체장 자리 - ‘돈줄’ 확보

입력 | 2013-09-04 03:00:00

[이석기 체포동의안 표결 임박]
■ RO, 2010년 지방정부 진출 전략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지방 공동정부 수립→합법적으로 산하 단체 및 사회적기업 장악해 자금 조달.’

통합진보당이 중앙에선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는 한편 지방에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빌미로 지방 행정 하부 조직을 합법적으로 장악해 자금 조달 방편으로 사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개인 사무실에서 압수한 메모에도 ‘지자체(에) 들어가 공세적 역량 배치’라는 내용이 있었다.

통진당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 특히 성남 수원 하남시에서 자체 후보를 낸 뒤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시장을 당선시켜 지방정부의 산하 단체장 자리 등을 챙겼다. 후보 단일화 양보를 하고 ‘지방공동정부’의 지분을 챙긴 것이다.

성남을 중심으로 한 경기 동남부는 통진당 주류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의 주 활동무대였던 곳이다.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였던 현 통진당 김미희 국회의원(성남 중원)과 후보 단일화를 했다. 시장직 인수위원회에는 인수위원장 김 의원을 비롯해 한용진 전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가 위원으로 참가했다. 모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이들은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청소용역업체인 ㈜나눔환경을 설립했다. 당시 설립에 참여했던 이사 가운데 송호수 씨는 이 의원의 정치컨설팅 업체 CNP전략그룹(현재 CNC)의 이사였고, 김영욱 씨는 이 의원의 보좌관, 회사에 관여 중인 정형주 씨도 민노당 전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으로 역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사였다. 나눔환경은 설립 석 달 뒤인 2011년 3월 청소용역업체로 선정됐다. 이어 같은 해 7월 예비 사회적기업, 지난해 11월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았다. 한용진 씨가 대표를 맡았으며 직원 31명을 두고 분당 지역 쓰레기 수거를 하면서 별도로 차량청소업도 하고 있다. 지역 쓰레기 수거는 이윤이 높은 알짜 사업으로 신생 업체가 맡는 것은 이례적이라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청소용역대행료는 지난해 15억8000만 원, 올해 17억2000만 원이었다. 20명으로 알려진 이 회사의 주요 주주들은 베일에 가려 있다. 성남시 새누리당 한 의원은 “나눔환경 주주들이 경기동부연합 실세라는 얘기가 있어 성남시에 주주명단을 요구했으나 개인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시에선 국가정보원 압수수색 당사자인 김근래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선거 당시 후보를 사퇴하면서 민주당 후보(이교범 현 시장) 지지 선언을 했다. 이후 김 씨는 하남의제21 협의회장을 맡아 연간 1억7000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통진당 계열 인사들은 2011년에는 ‘문턱 없는 밥집’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든 뒤 연간 5000만 원, ‘희망연대 평생학습교육원’(2012년)에 1억5000만 원, 올해 하남시 조례로 설립된 ‘푸른교육공동체’에 1억4500만 원 등 5개 단체를 통해 5억5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타냈다.

수원에서는 민주당 염태영 후보(현 시장)가 김현철 민노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이에 따라 민노당 몫의 몇몇 산하단체를 현재 통진당 주류 인사들이 차지했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2011년 9월부터 수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맡아 사회적기업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면서 연간 2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함께 구속된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은 수원새날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는데 이상호 고문이 여기 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의 지방정부 진출은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RO 조직원이 되면 상부에서 각 지자체의 사회 영역 관련 활동 장을 맡아서 신분을 숨기라는 지령을 내렸다”며 “수원시 한 센터장을 맡은 A 씨도 처음에 거절하다가 결국 상부 지시를 어길 수 없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RO가 통진당을 매개로 이 같은 조직 확대 및 자금 조달을 꾀한 것으로 보고 수원 성남 하남시 등을 상대로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차준호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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