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러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 참석

○ 한중일 3국 정상의 G20 첫 무대
G20 정상회의에는 터줏대감 정상이 많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6개국 정상은 2008년 11월 첫 G20 정상회의 이후 이번 회의까지 총 8차례의 회의에 개근하게 된다.
한 중견 외교관은 “이번 G20 회의 때의 첫인상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멕시코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대부분 박 대통령과 비슷한 2017∼2018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주목되는 ‘여성 리더 파워’
이번 G20 회의에는 박 대통령을 포함해 여성 정상이 4명이다. 호주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물러난 대신에 박 대통령의 새로운 등장으로 여성 정상 수가 유지됐다. 특히 G20 회원국 중 동아시아 지역의 첫 여성 정상인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여성 리더들 간 상견례도 이번 회의의 주요 화젯거리다. 특히 박 대통령은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에 각별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의 정치시사잡지 ‘폴리티크 앵테르나시오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국제정치 인사로 메르켈 총리를 꼽은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같은 이공계 출신 여성 정치인이고 2000년 독일 방문 시 인연이 돼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 직후 외국 정상 중 메르켈 총리와 가장 먼저 통화했다.
또 다른 두 여성 정상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도 별도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이후 역사왜곡 문제 때문에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주목된다. 그동안 일본은 관례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정상회의 상대국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와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른 역사왜곡 발언 때문에 한일 정상회담을 기약없이 미뤄왔다. 올해 안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 간 별도의 회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체회의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면과 대화가 이뤄질 개연성은 높다. 그런 과정에서 껄끄러운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참석해 이례적으로 한국인 또는 한국계 인사가 3명이나 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 개발도상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회의 때 의장국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선도발언’(lead speech)도 하게 된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