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안 국립민속박물관 이전 앞두고 국제학술세미나
일본 아이치 현 이누야마 시에 있는 메이지무라(위쪽 사진)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다산쯔 798. 두 곳 모두 소멸될 뻔했거나 폐허로 남았던 근대 건축물을 보존 활용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사실 민속박물관은 내심 서울 용산가족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에 사용하던 근대 건축물이 여럿 남아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3일 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 ‘박물관을 위한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이 열린 것도 민속박물관을 가족공원과 연계해 새로운 문화 명소로 키워보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자리였다.
이 때문에 이날 세미나에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해외 박물관의 사례가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특히 일본에서 1965년 개관해 가장 사랑받는 근대 건축물 박물관으로 잡은 메이지무라(明治村)는 스즈키 히로유키(鈴木博之) 관장이 직접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중국의 다산쯔(大山子) 798은 베이징에 폐허로 방치되던 군수공장 6개를 박물관 작품전시와 예술가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곳. 200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문화 상징성을 가진 세계 22개 도시예술센터’로 꼽기도 했다.
황루이(黃銳) 다산쯔 798 예술감독은 근대건축물 활용에서 ‘개방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냉전시대 유물인 공장건물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역사성을 부여했으며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분야와 상관없이 최소 비용이 드는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예술단체의 입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다산쯔 798의 성공 요인이었다는 것. 하지만 최근 다산쯔 798에도 대형 자본이 유입돼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황 감독은 “개방성을 유지하되 근대 문화재 보존의 철학을 유지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