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용(1945∼)
참,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통소금 뿌려 숯불 위에서 구워질 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구수한 냄새가 풍겨질 때,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그런 수상한 맛도 나지만, 그래, 이름은 언제나 상형(象形)의 의미를 띠고 있어
살이 얇고 잔가시가 많아 시장에서도 푸대접 받았지만
뼈째로 썰어 고추장에 비벼 그릇째 먹기도 했지만
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는,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장바닥에 나앉아 먹는 국밥 한 그릇의, 그런 감칠맛이어서
손바닥만 한 것이,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그래,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흔히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강원도 아오라지쯤 되는 곳에서
아름드리 뗏목 엮어 번 돈의 의미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다 속에서, 가을 벌판의 억새처럼 흔들리는 저것들을
참, 동전 반짝이는 모습처럼 비쳐 보이기도 했겠다
錢魚,
물고기 뼈처럼 돋아나던 것
내 세대 시인들이 밤이면 인사동쯤 술집에서 홍상수 영화 속에서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하던 1988년, 김신용 시집 ‘버려진 사람들’이 출간됐다. 지게꾼, 걸인, 행려병자, 사창가 여인들 등 소위 ‘밑바닥’ 사람들의 삶이 생생히 그려진 ‘버려진 사람들’은 시인이 ‘그곳’ 일원이었다는 것, ‘그곳 사람’에 대한 통념을 깨도록 그가 쓴 시들이 ‘문학의 아우라’로 영롱하다는 것으로 우리 ‘제도권’ 시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인의 기억을 따라, 전어가 정말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았는지, 횟집 수족관을 들여다봐야지. 깻잎에 쌈장을 바르고 그 위에 전어 한 점과 마늘 한 점, 풋고추 한 점을 올려 입에 쏙 넣으면, 맛있다는 말 외에 뭘 더 덧붙일지 모를 전어회. 전어는 서민들과 친한 생선이다. 가을바람 속 시장통 포장마차에서 전어회 한 접시와 소금 솔솔 뿌려 구운 전어구이 한 접시 앞에 놓고 친구와 소주 한잔하면 어떠리. 가을이 깊어갈수록 전어 맛도 깊어간단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