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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질적인 군납 비리 해결 못한 방사청 체제

입력 | 2013-09-04 03:00:00


방위사업청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고질적인 군납 비리를 근절하고 국방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신설한 정부조직이다. 방사청 전·현직 간부들이 해군의 중형 잠수함에 스텔스 기능(적의 수중 음파 탐지를 피하기 위한 기능)을 입히는 음향무반향코팅재 개발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그제 검찰에 기소됐다. 부산의 방위사업체 이사인 윤모 씨는 2008∼2011년 하도급 업체로부터 1억2000만 원을 받아 방사청 소속 해군 소령 등 간부 2명과 전 방사청 소속 대학 교수, 소령에게 뇌물로 나눠 줬다고 검찰이 밝혔다.

윤 씨가 소속된 업체는 2008년과 2011년 96억 원 규모의 사업 계약을 체결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에서 돈을 받아내 방사청에 상납한 대가로 개발하는 기술이 스텔스 기능을 제대로 해낼지 걱정스럽다. 군납 비리는 우리 국방력을 후퇴시켜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방사청의 뇌물 비리에 더 엄격해야 할 이유다.

군납 비리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방사청이 되레 비리를 방사(放射)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192억 원 규모의 군함 디젤 엔진과 발전기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2010년 방사청의 중령과 대령이 허위 공문서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실이 올해 5월 적발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 이후 K계열 국산 무기체계의 결함이 잇달아 지적됐고, 방사청과 방위산업체의 구조적 비리 커넥션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1년에도 군납과 관련된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자 그해 8월 방사청 전 직원은 ‘청렴결의문’에 서약하는 등 자정(自淨)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같은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방사청 내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방사청이 있기에 과거 율곡 비리 같은 대형 비리가 발을 못 붙이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96억 원짜리 사업에 억대 뇌물이 오가는 마당에 단군 이래 최대 군비 사업으로 진행되는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은 과연 깨끗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수십 년간 쌓여온 부정부패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비리 공직자들을 엄벌하지 않는 한 우리는 ‘부패공화국’이라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