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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소음 잡기’ 머리 맞대지만 분양가 상승에 현장 적용은 미온적

입력 | 2013-09-05 03:00:00

[층간소음 해결, 이렇게 하면 100점]<中>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




층간소음 안심아파트 전국 6%뿐
전문가 “벽식 구조는 소음 그대로 전달 시공방식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이사할 아파트를 찾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4)의 최대 고민거리는 ‘층간소음’이다. 다섯 살 아들이 있어 방음이 잘 안 되는 아파트에서는 아랫집과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층간소음 차단 정도를 1∼4등급으로 표시하는 ‘주택성능 등급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각 건설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며 ‘새집’ 후보들의 성능을 확인하기도 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입주 전부터 거주할 아파트의 성능 등급을 확인해 보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에 아파트 수준은 아직 못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2012년 주택성능 등급 인정을 받은 아파트 단지 342곳 가운데 경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인 아파트는 22곳(6.4%)에 불과했다. 중량충격음 차단성능이 1등급인 아파트는 한 곳도 없었다.

○ 분양가 걱정에 층간소음 해결에 소극적

건설업계에서는 일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문을 연 주거성능연구소에 음향 분야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배치해 실제 아파트와 동일한 조건하에서 테스트를 실시하며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도 기술연구소에서 소음 제로화 연구에 집중, 최고 수준의 ‘차음 경계 벽’ 개발을 완료해 현장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층간소음에 대한 근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바닥 두께 등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려 한다.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층간소음을 줄이는 시공이 분양가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장기침체로 소비자들이 분양가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서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건설 자재를 고급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 근본 해결 위해 아파트 업그레이드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업그레이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건설방식을 ‘벽식’에서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벽식 구조는 철 기둥 없이 내력벽을 레고 식으로 쌓은 구조다. 받쳐 주는 기둥이 없다 보니 충격이 벽을 타고 바닥으로 전달된다. 반면 기둥식은 ‘바닥-보-기둥’ 3중 구조로 힘을 전달받아 진동, 충격이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강도가 약하다.

하지만 비용이 더 들어가는 기둥식을 적용한 곳은 일부 아파트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2011년 대형 7개 업체의 아파트 단지 시공실적을 살펴본 결과 벽식이 85%인 데 반해 기둥식은 2%에 그쳤다.

국토부는 아파트 시공방식을 ‘기둥식 구조’로 유도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100년 이상 가는 주택 건설을 유도하기 위한 ‘장수명 주택 설계기준’을 2014년 중 내놓고 이 기준에 맞춰 시공되는 주택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주택성능 등급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6년 도입된 주택성능 등급 제도는 소음 차단, 채광, 실내 공기 질 등 18개 분야에서 아파트를 1∼4등급으로 분류해 분양할 때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한찬훈 충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주택성능 등급 제도를 강화해 입주 후에도 등급이 공개되도록 하면 시공사들이 소음 관련 품질을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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