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본부 197개 브랜드 조사
생산성본부는 국내 56개 산업, 19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2013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National Brand Competitiveness Index)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발표했다. 생산성본부의 NBCI 조사는 올해로 10년째가 됐다.
전체 197개 브랜드의 평균 NBCI는 100점 만점에 67.5점으로 지난해 67.8점에 비해 0.3점(0.4%) 하락했다. 조사 대상 56개 산업 가운데 15개의 NBCI가 지난해보다 높았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브랜드 경쟁력이 향상된 산업이 26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경쟁력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주춤해진 모습이지만 경기침체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성본부는 56개 산업을 제품군과 서비스군으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제품군에 속한 31개 산업의 평균 NBCI는 67.3점으로 지난해보다 0.5점 낮았다. 8개 산업만 상승했고 15개가 하락했다. 주로 경기침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비스군(25개 산업)의 평균 NBCI는 0.1점 오른 67.9점이었다. 7개가 상승했고 9개가 하락했다. 지난해 서비스군의 평균 NBCI가 전년보다 2.1점 올랐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제품군에서는 태블릿PC, 에어컨, 아파트, 중형자동차, 김치냉장고 순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높았다. 서비스군은 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TV홈쇼핑, 학습지 등의 순서였다.
태블릿PC는 전체 56개 산업 가운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생산성본부는 태블릿PC 브랜드들이 스마트 기기에 관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풀이했다. 2위는 백화점 산업이었다. 반면 브랜드 경쟁력이 가장 낮은 산업은 담배였다.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비데와 정수기도 하위권에 속했다.
○ 10개 브랜드 10년 연속 1위 위엄
그러나 아반떼, 쏘나타, 래미안, 휘센, 롯데백화점, 삼성생명, 삼성화재, KB국민은행, 삼성증권, 올레인터넷 등 10개 브랜드는 NBCI 조사를 처음 발표한 2004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 기존 고객 붙잡는 데 집중해야
대부분의 산업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높을수록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효과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별로는 태블릿PC의 브랜드 경쟁력과 구매의도 점수가 가장 높았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태블릿PC 시장은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형자동차는 브랜드 경쟁력에 비해 구매의도 점수가 낮은 편이었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은 새 고객을 모으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브랜드를 써본 소비자들이 써보지 않은 이들보다 더 낮은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였다”며 “기업들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친환경-아웃도어 제품 선호현상 뚜렷해질듯▼
한국생산성본부는 소형, 친환경, 아웃도어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내년에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로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산성본부의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 결과 자동차 산업에서 준대형자동차의 NBCI는 지난해 70점에서 올해 66점으로 떨어졌다. 중형자동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지난해와 같았고 준중형자동차만 1점 상승했다. 이는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준중형차, 중형차를 사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생산성본부는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양문형 냉장고,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스마트TV, 에어컨, 전기압력밥솥 등 6개 제품의 구매의도 점수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불황 외에도 1, 2인 가구 등 소(小)가구가 많아지면서 대형 가전제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노트북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서는 브랜드별 기능과 품질 차이가 줄어들면서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에서는 브랜드 통합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본부는 특히 금융업과 통신업에서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쓰던 소비자의 행태가 내년에는 하나의 브랜드만 집중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 할인 혜택을 늘리는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