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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노키아의 몰락

입력 | 2013-09-05 03:00:00


노키아는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1865년 제지회사로 출발했으나 1992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요르마 올릴라가 기존 사업을 매각하고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하면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으로 변신했다. 1998∼2011년 세계 휴대전화업계 1위 자리를 14년 연속 차지했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는 시장 점유율이 70%까지 치솟았다.

▷올릴라의 뒤를 이어 2006년 CEO가 된 올리페카 칼라스부오는 경영의 제1 원칙으로 비용 관리를 강조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소홀히 했다. 미국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옮겨갔지만 노키아는 ‘1등의 자만’에 취해 안주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자 뒤늦게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에는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를 삼성전자에 내주었다. 핀란드의 자랑이 흔들리면서 국가 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 부문을 72억 달러(약 7조909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이제 삼성전자, 애플, MS+노키아, 구글+모토로라의 4강 경쟁으로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MS가 10년간 노키아 브랜드를 사용하고 직원들의 고용 승계도 약속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노키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국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쇠퇴하는 기업은 성공에 대한 자만, 원칙 없는 사업 확장, 위기 및 위험 경고의 무시, 회생(回生)을 위한 무분별한 노력,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5단계를 거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유명한 기업이라도 한순간 자만하거나 방심해서 추락한 사례는 많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같은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노키아의 전철(前轍)을 밟는다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불행이다. 우리 기업들이 노키아의 몰락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고, 국민도 이를 성원하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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