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망설이던 친구는 주운 지갑에서 현금만 꺼내서 자기 지갑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다가 후미진 곳이 나오자 슬그머니 지갑을 버렸다.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교통카드를 꺼내려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찾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자기 것이 아닌, 주운 지갑이었던 것이다.
“걔가 그렇게 정신이 없어요. 주운 돈에다가 자기 돈까지 들어 있는 지갑을 버렸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렇게 할 일이지 왜 그랬대?”
“우리 세대 도덕심은 엄마 세대랑 좀 달라요. 내가 잃어버렸을 적에 다른 애들이 찾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순간,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은행원 출신인 그분은 밤늦게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마포까지 개인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 요금 1만6500원을 카드로 결제했는데 운전기사가 기계에 서툰지 결제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안 된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했다. 그때 휴대전화에 결제가 되었다는 문자메시지가 떴다. 그분은 기사에게 문자를 확인시켜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휴대전화가 따르륵 울렸다. 결제에 오류가 생겼다는 문자였다. 늦은 밤에 장거리를 태우고 온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 아저씨를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택시기사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그곳에서는 고객정보를 모른다면서 다른 곳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여러 번 전화를 한 끝에 마침내 택시기사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