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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너도 “지지”… 美, 시리아공습 급물살 타나

입력 | 2013-09-05 03:00:00

하원 양당지도부, 오바마 손들어줘… 클린턴 前국무도 뒤늦게 지지 표명
반기문 “유엔 승인 없는 공습 반대”
푸틴 “화학무기 사용 확인되면 공격”
올랑드 “프랑스 단독 개입은 없을것”




미국 하원의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가 3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한적 공습 계획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서는 등 미국 의회 내부에 중대한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날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은 것으로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나는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할 것”이라며 “동료들도 지지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미국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군사력 사용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다. 펠로시 원내대표 역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문명적인 행동 규범에 너무도 벗어난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미 상원은 이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3일 미군의 시리아 공격 기간과 규모를 제한하는 새 결의안을 마련해 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결의안에 따르면 전투 작전을 위한 지상군 파견은 금지되며 공격 기간은 60일로 한정하지만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새 결의안이 외교위를 통과하면 9일 상원 전체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강력하고 집중적인 대응을 하려는 계획을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의 뒤늦은 지지 표명은 차기 대권주자로서 시리아 공습 반대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2년 상원의원 시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찬성했다가 2008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양당 지도부의 초당적 지지 움직임과는 달리 워싱턴포스트(WP)의 의원 전수 조사 중간집계에서는 반대 의사가 많았다.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의원 가운데 상원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20 대 20으로 나타났다. 하원에서는 찬성 16 대 반대 127로 반대가 많았으며 미결정이 9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WP와 ABC방송이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지지자 등 모든 그룹에서 시리아 공습 반대 목소리가 높았으며 전체적으로 반대 59% 대 찬성 36%였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3일 오후 예고 없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의 승인 없는 미국 등의 군사 개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모든 조치는 유엔헌장의 틀 내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무력 사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하에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행해질 때만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미국 주도의 공습 계획이 구체화되는 상황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시리아 공격을 반대해온 러시아에서도 중대한 태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일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책임이 확인되면 러시아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경우 러시아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 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시리아 군사 공격에 대한 승인은 유엔 안보리만 할 수 있다”고 조건을 붙였다.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지중해 흑해함대와 발틱함대 소속 상륙함 2척을 지중해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들은 또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흑해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호도 지중해로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군함은 러시아 함대 기함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한 발틱함대 기함인 구축함 ‘나스토이치비’와 흑해함대 소속 초계함 1척도 며칠 내로 지중해 분함대에 가세할 것이라고 러시아 해군사령부 관계자가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지중해 함정 파견이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공격 임박설과는 무관하며 지중해 주둔 함대의 통상적 작전 수행 차원에서 함정들을 단계적으로 교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프랑스를 방문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열고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며 군사 개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 의회가 군사 공격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프랑스는 시리아의 민주 반군 세력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프랑스가 단독으로 군사 작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신석호·뉴욕=박현진·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