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열린 ‘콘서트: 작곡가들’은 작곡가 이나오 씨(32)의 최근 공연작과 준비 중인 신작 삽입곡을 묶어 들려주는 자리였다. 1930년대 한국의 여성 동성애를 소재로 다뤄 화제를 모았던 ‘콩칠팔새삼륙’과 신작 ‘앨리스’ 삽입곡을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선보였다.
소리에 집중한 공연이어서인지 귀가 내내 즐거웠다. 배우들의 노래 음색은 관객에 따라 호오가 갈리겠지만 편곡과 연주가 맛깔스러웠다. 이 씨를 포함해 최근 공연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32∼42세 작곡가 네 명이 차례로 하루씩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시장이 커져가고 있다지만 국내 창작뮤지컬은 아직 대형 기획사나 공연장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콘텐츠다. 기획사들이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흥행 기대작은 대부분 라이선스를 사들여 공연하는 해외 원작 뮤지컬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아직 국내 뮤지컬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근시안적인 손익계산만 앞세우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영화 직배로 비틀거리던 한국영화가 어엿한 산업으로 발돋움한 계기는 1997년 ‘접속’과 1998년 ‘쉬리’의 흥행이었다. 지금의 국내 뮤지컬 시장은 당시 영화계와 비슷하다.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어 공연을 시작해 70% 이상의 객석점유율로 순항 중인 ‘김종욱 찾기’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탐스러운 구슬은 서 말 넘게 쌓여 있다. 누가 먼저 용기 있게 나서 꿰어 내느냐가 숙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