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파어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 방랑자’.
음악과 미술. 인간의 오감 중 청각과 시각을 대표하는 예술이죠. 20세기에 이 두 장르는 ‘음반표지’라는 영역을 통해 새롭게 만났습니다.
30cm 사각형 LP 표지가 12cm CD로 줄어들고, 이어 다운로드 세상이 펼쳐지면서 음반표지는 위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파일을 재생할 때 휴대기기에 앨범 이미지가 뜨는 것을 보면, 이 장르의 미래를 안심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음악이라는 상품을 받을 때 사람들은 딱 맞는 이미지까지 손에 넣고자 하니까요.
특정 시대나 장르의 음악 앨범에 유독 잘 쓰이는 화가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19세기 초중반의 낭만주의 음악 앨범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화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오늘(5일) 생일을 맞은 독일의 카스파어 다피트 프리드리히(1774∼1840·사진)입니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그림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비롯해 ‘방랑’의 상념을 전하는 음악작품들의 표지로 잘 쓰여 낯이 익죠.
이 작품 외에도 그의 그림은 대부분 장엄하면서 어딘가 차갑게 느껴지는 자연을 그려냅니다. 인물이 등장할 때도 대부분 얼굴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서있습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주인이 아니며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19세기 낭만주의의 절정기 독일 작가와 시인, 음악가의 공통적인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신의 의도를 표현하며, 예술과 철학, 과학은 이를 표현하는 공통의 도구라고 여긴 점도 비슷합니다. 특히 이 시기의 독일 예술가들은 너나없이 방랑을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대자연과 방랑을 사랑했던 화가 다피트 프리드리히는 1950∼60년대 LP 초기에 외면을 받았습니다. 나치 집권기간에 권력자들이 그의 작품을 ‘북유럽 아리아인의 특징을 가장 잘 구현한 작품’으로 선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인정받게 된 것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다행히 음반예술이 절정기를 맞는 시기였죠.
참, 이 화가 얘기를 하면 “아,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그린 화가요?”라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와 혼동한 거겠죠. 물론 다비드의 나폴레옹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수많은 표지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얘기가 딴 데로 샜지만 ‘가을 아이’인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생일을 맞아 그의 그림이 표지에 있는 음악들로 가을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의 QR코드와 인터넷 주소 링크를 통해 그 일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5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