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黑毛白毛”… 탈모시장 신났다

입력 | 2013-09-06 03:00:00

한국인 5명중 1명이 머리카락 고민




탈모인구 1000만 명 시대

“나는 아닌 줄 알았는데….”

직장인 김창연 씨(33)의 정수리 부근 머리숱은 2년 전부터 부쩍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는 가족 중에 대머리인 사람이 없어 탈모 걱정은 꿈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문제였다.

김 씨는 위기감을 느낀 후 바로 탈모 방지 샴푸를 사들였다. 매일 아침 두피 건강에 좋다는 검은 콩과 검은 깨를 갈아서 우유에 타 마시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탈모 방지에 좋다는 엽산과 비타민이 든 건강보조제도 구입했다. 중장년층 남성만의 고민인 줄로만 알았던 탈모가 20, 30대 젊은 남성과 여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도 커져 2004년 약 4000억 원이었던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무려 4조 원을 넘어섰다.

○ 탈모인구 1000만 명 시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7∼2011년 5년 동안의 병원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탈모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7년 16만6000여 명에서 2011년 19만4000여 명으로 약 17%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진료비는 100억1600만 원에서 147억6400만 원으로 47.4%나 증가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내 탈모인구 비율을 전 국민의 14%(약 700만 명)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공단이 추산한 탈모 잠재인구(300만 명)를 합치면 우리 국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탈모 증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탈모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탈모 환자 중 20, 30대 환자 비중(45.8%)이 절반에 육박한다. 남성 탈모환자 가운데 55.3%는 20, 30대 젊은층이다. 여성의 경우 중년층의 탈모 증가비율이 높다. 이는 폐경 이후에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르몬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젊은 여성 환자도 늘고 있다 .

피부질환 전문가인 이종우 고운결한의원 원장은 “여성 환자의 경우 예전에는 출산이나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탈모 증세가 나타난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탈모 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20, 30대 미혼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4조 원 탈모시장을 잡아라

늘어나는 탈모 인구와 그 구성의 다변화는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일단 탈모로 ‘훤해진’ 머리를 손쉽게 가려주는 가발 시장이 커졌다. 한국가발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발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2004년(1000억 원)에 비하면 3배로 늘어난 것이다.

가발업체 하이모의 한 관계자는 “탈모를 가리기 위해 가발을 쓰는 수요가 여전히 높지만 미용 목적으로 가발을 구입하는 ‘정상모 고객’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가공한 인모(人毛)의 국내 수급이 어려워진 것도 국내 가발 시장이 커지면서 생긴 현상 가운데 하나다. 국내 가발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인모를 공수해오고 있다. 하이모처럼 인모 대신 고품질의 인조모 개발에 집중하는 업체도 있다. 원래 헤어스타일을 기억해 가발의 모양을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맞춤형 형상기억모발이 대표적인 예다. 올여름 하이모는 한삼모시와 계약을 맺고 ‘모시가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 가발은 통풍성과 땀 흡수력이 뛰어나고 항균성이 좋아 무더운 여름에도 냄새가 덜 난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모는 모시가발 개발을 계기로 여름용 ‘쿨(cool)가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의학적 탈모치료제 시장에서의 경쟁은 미국 MSD가 개발한 경구용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의 국내 특허가 2008년 끝나면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복제약 개발이 활발해지자 프로페시아와 같은 성분(피나스테리드)의 복제품 브랜드가 현재 90여 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MSD는 피나스테리드 제제로 만든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만 약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프로페시아가 시장 점유율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미녹시딜 제제 중심의 바르는 탈모치료제 시장이 100억 원대 규모로 늘어났다.

탈모 방지 기능이 있는 샴푸도 급격히 성장해 일반 샴푸 시장을 넘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탈모 방지를 위한 한방 샴푸 시장은 약 13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체 규모가 4500억 원 정도인 샴푸 시장에서 한방샴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13.3%에서 2012년 28.5%로 커졌다. 반면 일반 샴푸 비중은 2009년 46.9%에서 2012년 33.6%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미용용품 제조사들은 탈모 방지 성분 개발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8년 한방샴푸인 ‘려(呂)’를 내놓아 3년 만에 10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아모레퍼시픽은 모발 노화 유전자를 조절하는 새로운 개념의 헤어 안티에이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애경은 최근 탈모 고민이 많은 30대 여성을 겨냥해 한방샴푸 브랜드 ‘현(賢)’을 출시하며 탈모 시장에 뛰어들었다.

염희진·김현진 기자 salthj@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