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양복은 단 한 사람을 위한 예술작품”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베르가모 양복점을 운영하는 김태식 대표(60·사진)는 5일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주최 ‘직업능력의 달’ 행사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맞춤양복 분야에서 산업훈장을 받은 것은 김 대표가 처음이다. 국제 기술교류와 후학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가 양복 제작을 시작한 것은 45년 전인 1968년.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친척이 운영하는 양복점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김 대표는 “바늘을 처음 잡았는데 가슴이 막 뛰었다. 꼭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승부욕과 뛰어난 손재주로 남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평균 7∼10년이 걸린다는 견습생 꼬리표를 불과 2년 만에 뗐다. 선배들을 제치고 윗도리를 만드는 상의공(上衣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민첩하고 세심한 바느질을 하려면 손이 부드러워야 할 것 같아서 잠잘 때 손에 화장품을 듬뿍 바른 후 장갑을 끼고 잤다”고 말했다. 20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워 일했다. 그 결과 입문한 지 10년 만에 전체 공정을 지휘하는 재단사가 됐다. 김 대표는 “당시 1000원 정도였던 양복 상의를 내 손으로 처음 만들고 하루 종일 들떠 있었다”며 웃었다.
후진 양성에도 열심이다. 1988년부터 대구교도소 직업훈련 강사로 활동 중이다. 양복 기술로 다시 일어서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국맞춤양복협회 회원들을 비롯해 양복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기술 강습회도 자주 연다. 연간 2000여 명이 김 대표의 강의를 듣고 있다. 그가 가르친 후배 45명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했다. 김 대표는 “양복기술 덕분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 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계속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맞춤양복 시장이 예전만 못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여전히 한 사람을 위한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일한다. 정성이 들어간 작품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분야에서든 ‘장인(최고)’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뜻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