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료수술의 ‘만능 칼’ 활용양성자빔 생체통과 길이 조절 가능… 방사광은 초미니세계 현미경 역할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내 만든 양성자는 75m의 선형가속기를 통과하며 최대 100MeV(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얻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입자가속기는 경북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와 경북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로, 이 중 올해 7월 22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경주 양성자가속기 현장을 최근 찾았다.
가동한 지 한 달이 좀 지난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특히 새로운 품종의 식물을 만드는 연구가 눈에 띈다.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으로 더 크고 아삭아삭한 배추나 무 품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양성자가속기가 수소에서 전자를 제거해 만든 양성자를 가속시켜 만들어 내는 ‘양성자빔’ 덕분이다. 경주 양성자가속기에서는 최대 100MeV(메가전자볼트·1전자볼트는 1V로 양성자가 얻는 에너지)까지 양성자를 가속시킬 수 있다.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금속을 가열해 튀어나온 전자를 가속시켜 ‘빛’을 얻는다.
김귀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연구원은 “양성자가 볼링공이라면 전자는 탁구공”이라며 “같은 힘을 줄 때 양성자보다 가벼운 전자가 훨씬 멀리 나가기 때문에 양성자가속기는 방사광가속기보다 장치의 길이가 짧다”고 설명했다.
김귀영 연구원은 “1keV(킬로전자볼트)의 양성자빔으로도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조작이 가능하다”라며 “최대 100MeV의 양성자빔을 만드는 경주 양성자가속기에서는 ‘디그레이더’라는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에너지의 양성자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는 가속시키는 대상이 다른 만큼 쓰임새도 다르다.
김계령 연구원은 “양성자빔의 에너지를 조절하면 인체를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어 외과수술 없이 안구 뒤쪽에 생긴 종양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주=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