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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부활 뒤엔 ‘의사 키다리아저씨’

입력 | 2013-09-06 03:00:00

10년째 후원 홍광표 세란병원장… 8월달 드라이버 교체 조언해 우승




그들의 인연은 9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홍광표 서울 세란병원장(64)은 여고 1학년 골프 꿈나무 김하늘(25)을 만났다. 당시 홍 원장은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어 경기 가평군 크리스탈밸리CC를 정식 개장한 지 몇 달이 안 됐을 때였다. 외과전문의인 홍 원장은 새 공을 구입하기 버거울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만약 원래대로 재생된다면 상처 난 골프공에 약을 발라 쓰고 싶다”는 김하늘을 불러 동반라운드를 한 뒤 전반 9개 홀만 돌고는 후원을 결심했다. “하늘이 외삼촌 소개를 받았는데 1번홀에서 딱 버디를 하더라고요. 싹수가 있다 싶었죠.” 한때 100만 원의 경비가 없어 제주에서 열린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할 만큼 힘겨웠던 김하늘은 홍 원장의 후원 속에 국내 여자골프의 강자로 성장했다.

그런 홍 원장이 지난여름 다시 김하늘을 크리스탈밸리CC로 불렀다. 극심한 드라이버 난조로 시즌 전반 무관에 허덕이던 김하늘과 홍 원장의 동반라운드는 5번홀에서 끝났다. 홍 원장은 “1번홀에선 왼쪽으로 휙 말려 옆 홀 페어웨이로 날아가 버리더니 그 다음 홀에선 심한 슬라이스가 나더군요. 더이상 치는 게 의미가 없었어요.” 한때 싱글 핸디캡을 유지했던 고수인 홍 원장은 “드라이버를 한번 바꿔보면 어떻겠냐. 예전에 잘 맞던 클럽이 있으면 다시 잡아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의 조언에 따라 지난해 사용하던 드라이버로 바꿔 든 김하늘은 지난달 말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10개월 만에 정상에 복귀한 뒤 김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였다.

2011년 충북 진천군에 퍼블릭 골프장 크리스탈카운티까지 개장한 홍 원장은 “막내딸 같은 하늘이의 우승이 내 일처럼 기뻤다. 샷이 정돈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