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이 동북아 신뢰구축 이끌어야”

입력 | 2013-09-06 03:00:00

[준비해야 하나 된다]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종연구소 주최,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린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북아시아에서 대화와 협력의 습관을 축적해 신뢰를 구축하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올 것이다. 평화협력 구상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세종연구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변화하는 역내 세력구도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국가 간의 신뢰”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관계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주변국과의 관계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으로 병행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5월 미국 방문 때 “동북아 각국의 경제역량과 상호의존은 심화되는 데 비해 역사와 영토·안보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오히려 깊어지는 ‘아시아 패러독스(역설)’에 빠져 있다”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자연재해 공동 구호 △원자력 안전 공동 대책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확산 방지 △국제 금융위기 대처 등 비정치적인 연성(소프트) 안보 분야에서부터 실용적으로 주변국과 협력 경험을 쌓아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유럽도 1950년대 경제 문제(석탄)에서 출발해 군비 축소까지 신뢰를 발전시켜 지역 공동체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다. 선딩리(沈丁立) 중국 푸단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견제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동북아 신뢰 구축을 주도할 국가는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2013∼2014년 준비기를 거쳐 2015년 동북아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고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면 2017년경 신뢰 구축이 정착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경색된 동북아 관계를 고려할 때 평화협력 구상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평화협력 구상 지지를 명기할 만큼 긍정적 태도”라면서도 “협력이 발전되면 북핵 6자회담과 중복될 가능성, 한미동맹의 역할 등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한중 관계가 심화되면 한국이 중국 영향권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어 한중 관계와 한미 동맹 강화를 병행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은 한중이 역사 문제로 일본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일 관계부터 개선돼야 다자협력도 할 수 있다는 태도”라고 진단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한중일과 달리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이 어떻게 협력 구상에 참여할 수 있을지,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끌어낼 수 있을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현대사학회와 공동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 교육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선 공주대 역사교육과 이명희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한반도 통일에 명시적인 지지 의사를 공식화한 만큼 이제 문제는 한국이 과연 통일을 주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의지와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적 통일,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독일 통일 전 서독의 ‘통일 교육 지침’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통일 교육은 북한을 국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에 대해 명확히 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도 당당하게 주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한국 주도의 통일에 불필요한 국내외의 오해나 방해가 없도록 통일 후 국제적,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김권정 교수는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관련해 “용어가 잘못 쓰일 경우 역사 전반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6·25전쟁 당시 중국군의 불법적인 무력 개입을 ‘참전’이나 ‘파견’으로 표현할 경우 유엔을 통해 합법적 승인을 받아 참전한 유엔군과 동일선상에 놓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바로잡습니다]

◇6일자 A8면 “한국이 동북아 신뢰구축 이끌어야” 기사에서 기조연설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이 아닌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