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측 “상여금은 부정기 지급… 통상임금 조건에 안맞아”勞측 “상여금 이미 기본급으로 인식… 사회변화 따라야”
“상여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부족해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정한 ‘통상임금’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기업 부담만 38조 원에 달해 도산하는 기업도 생길 것입니다.”(사측 변호사)
“사회 변화에 따라 상여금은 기본급처럼 인정돼야 합니다. 사측이 그간 상여금을 누락시킨 탓에 발생한 근로자들의 손해는 수십조 원을 넘을 겁니다.”(근로자 측 변호사)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의 공개변론이 5일 열렸다. 변론 시작 1시간 전부터 대법원 앞에 긴 줄이 이어졌고 170석의 대법정이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대법원은 이르면 올해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고한 판례를 만들어 통상임금 논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만 160여 건에 달한다.
공개변론에서 회사 측 이제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상 △근로의 대가로 △1개월 단위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1개월 단위로 지급되지 않고 사전에 지급여부나 액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여금이나 휴가비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 측 김기덕 변호사는 “상여금도 과거와 달리 몇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반박했다. 근로자 측 참고인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이미 정기상여가 임금의 약 20%에 해당할 만큼 기본급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사 합의를 통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회사 측 참고인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대등하게 기업의 여건을 감안해 통상임금을 정했다면 명백한 위법성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노사협약에서 빠진 것일 뿐이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 이후에는 단체교섭에서 관련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변론이 끝난 뒤 양창수 대법관은 ‘재계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38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규모는 인정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변호인은 “38조 원은 소송비용과 추가 이자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어서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근로자 측 변호인은 “한국노동연구원은 21조 원으로 계산했고 실제 소송을 통해 근로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4조∼5조 원 수준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