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에게 따라다니던 말이 ‘샐러리맨의 신화’다. 동대문상고 졸업 학력으로 1973년에 쌍용양회에 입사해 쌍용중공업 상무가 될 때까지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중공업은 외국계 컨소시엄에 넘어갔고 2000년 회사가 매물로 나오자 그는 집 등을 팔아 20억 원을 마련해 인수했다. 2001년 회사 이름을 STX로 고친 후 지금의 STX조선해양인 대동조선을 인수해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키웠다. 2002년에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에 이어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했고 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을 창업했다.
▷STX는 한때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진입했지만 작년 말 현재 13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향세로 꺾였다. 전 세계 교역이 줄면서 조선과 해운의 쌍끌이 불황이 시작됐으며 조선·해운이 주력인 STX도 직격탄을 맞았다.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던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이 불황기에 자기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됐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