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문규현. 스포츠동아DB
2010년 6월 주전 유격수 박기혁이 왼쪽 복사뼈 골절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자 롯데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까지 지낸 박기혁의 공백으로 인해 곧장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가득 했다. 그 때 혜성과 같이 등장해 박기혁의 빈자리를 메운 이가 바로 문규현이었다. 1983년생으로 만년 유망주에 머물던 그는 우리 나이 스물여덟 살에 뒤늦게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과 2012년, 각각 125경기(105번 선발출장 포함)와 105경기(87번 선발출장 포함)에 나서며 거인군단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안정적인 수비에 비해 방망이가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문대호’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요긴할 때 하위타선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다시 백업으로 돌아갔다. 6일까지 61경기 출장에 선발출장은 25번 밖에 되지 않는다. 개막전 주전 유격수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기혁 차지였고, 이후에는 프로 2년차 후배 신본기에게 밀렸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2군으로 내려간 것만 올 시즌 3번이나 된다.
6일 사직 SK전 우천 취소에 앞서 만난 문규현은 올 시즌 부쩍 줄어든 출장 기회에 대해 “코칭스태프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팀 성적을 위해 함께 뛰고 있지만, 하나의 주전 자리를 놓고 동료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져하는 게 프로 선수의 숙명. 그는 “시즌 초반 교체 출장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더 잘 해야겠다는 부담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어이없는 실책을 하고, 그래서 또 라인업에 들지 못하고…. 그런 악순환이 되풀이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규현은 “주전 유격수가 내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스스로 생각할 때도 몇 년 게임에 많이 나갔다고 나태해지거나 그러진 않은 것 같다”고 돌아본 뒤 “그래도 출장 기회를 못 잡은 건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고 했다. “올해 나를 많이 돌아보는 시즌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시즌 마지막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낼 것”이라며 “팀의 4강 진출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곁들였다.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