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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브레이크] 3루 주루코치의 숙명과 소신

입력 | 2013-09-07 07:00:00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김시진 감독은 6일 사직 SK전이 우천 취소되기에 앞서 하루 전 게임을 복기하다 “애매했다”고 아쉬워했다. 3-4로 1점 뒤진 5회말 공격 2사 2루 상황에서 후속 박종윤의 2루 내야안타 때 2루주자 전준우가 홈으로 대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말이었다. 상대 2루수 정근우는 쓰러지듯 다이빙캐치를 해서 어렵게 타구를 걷어낸 뒤 홈으로 볼을 뿌렸지만 전준우는 홈으로 뛰지 않았다. 2사 1·3루 계속된 찬스에서 강민호는 맥없이 3루 땅볼로 아웃됐고, 결과적으로 롯데는 동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3루의 박현승 주루코치는 전준우의 홈 대시를 막았다. 김 감독은 “홈으로 뛰어들었다면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애매했다”고 밝혔다.

● 3루 코치의 숙명

심판은 ‘잘 해야 본전’이다. 아무리 잘해도 칭찬은 받지 못하지만, 아흔아홉 번 잘하다 한 번 실수하면 뭇매를 맞는다. 야구장에서 ‘잘해야 본전’인 사람이 또 있다. 바로 ‘3루 코치’다. 흔히 ‘작전·주루 코치’로 불리는 3루 코치는 주자나 타자에게 감독 작전을 수신호로 전달한다. 가장 큰 역할은 3루를 돈 주자를 홈으로 뛰게 하느냐, 아니냐다. 이는 감독이나 주자의 판단이 아니라 베이스 코치의 몫이다. 주자의 홈 쇄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른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주자를 독려한다. 홈 플레이트에서 주자가 죽느냐, 사느냐는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 3루 코치의 판단은 득점이냐 실패냐를 결정하고, 때에 따라서는 팀 승패로 직결 될 수 있다. 3루 코치는 영웅은 될 수 없지만 역적은 되기 쉽다. 심판과 비슷하다.

0.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베이스코치는 순간적인 머리 회전도 빨라야 한다. 대부분 감독은 시즌 중에 3루 코치의 음주를 금지한다. 순간적으로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머리를 맑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3루 코치는 주자의 발 빠르기와 상대 수비수의 포구 동작, 송구 능력 등을 감안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경기 상황(게임 초·중·후반 여부), 게임 스코어, 아웃카운트, 투수의 구위 및 컨디션, 그라운드 상태, 타구의 속도 등은 물론이고 다음 타자, 또는 그 다음 타자가 누구인지 등도 감안하고 판단해야 한다.

● 김시진 감독 “3루 코치, 무엇보다 소신이 중요하다”

얼마 전 넥센 심재학 코치는 자진해서 3루 코치 자리에서 물러나 1루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3루 코치로서 부담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열 번 잘하다, 한 번 못 하면 욕먹는 자리가 바로 3루 코치다. 박 코치에게도 일찌감치 ‘내가 너를 믿고 맡긴 것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한 번 실수한다고 위축될 필요도, 흔들릴 필요도 없다. 그래서 3루 코치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상황에 대해서도 “2사 후긴 해도 후속 타자가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강민호였다. 홈에 들어오다 전준우가 죽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7회 이후 게임 종반이었다면 당연히 타자를 홈으로 들어가도록 돌리는 게 맞지만, 그 때는 5회였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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