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김시진 감독은 6일 사직 SK전이 우천 취소되기에 앞서 하루 전 게임을 복기하다 “애매했다”고 아쉬워했다. 3-4로 1점 뒤진 5회말 공격 2사 2루 상황에서 후속 박종윤의 2루 내야안타 때 2루주자 전준우가 홈으로 대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말이었다. 상대 2루수 정근우는 쓰러지듯 다이빙캐치를 해서 어렵게 타구를 걷어낸 뒤 홈으로 볼을 뿌렸지만 전준우는 홈으로 뛰지 않았다. 2사 1·3루 계속된 찬스에서 강민호는 맥없이 3루 땅볼로 아웃됐고, 결과적으로 롯데는 동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3루의 박현승 주루코치는 전준우의 홈 대시를 막았다. 김 감독은 “홈으로 뛰어들었다면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애매했다”고 밝혔다.
● 3루 코치의 숙명
심판은 ‘잘 해야 본전’이다. 아무리 잘해도 칭찬은 받지 못하지만, 아흔아홉 번 잘하다 한 번 실수하면 뭇매를 맞는다. 야구장에서 ‘잘해야 본전’인 사람이 또 있다. 바로 ‘3루 코치’다. 흔히 ‘작전·주루 코치’로 불리는 3루 코치는 주자나 타자에게 감독 작전을 수신호로 전달한다. 가장 큰 역할은 3루를 돈 주자를 홈으로 뛰게 하느냐, 아니냐다. 이는 감독이나 주자의 판단이 아니라 베이스 코치의 몫이다. 주자의 홈 쇄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른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주자를 독려한다. 홈 플레이트에서 주자가 죽느냐, 사느냐는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 3루 코치의 판단은 득점이냐 실패냐를 결정하고, 때에 따라서는 팀 승패로 직결 될 수 있다. 3루 코치는 영웅은 될 수 없지만 역적은 되기 쉽다. 심판과 비슷하다.
● 김시진 감독 “3루 코치, 무엇보다 소신이 중요하다”
얼마 전 넥센 심재학 코치는 자진해서 3루 코치 자리에서 물러나 1루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3루 코치로서 부담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열 번 잘하다, 한 번 못 하면 욕먹는 자리가 바로 3루 코치다. 박 코치에게도 일찌감치 ‘내가 너를 믿고 맡긴 것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한 번 실수한다고 위축될 필요도, 흔들릴 필요도 없다. 그래서 3루 코치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상황에 대해서도 “2사 후긴 해도 후속 타자가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강민호였다. 홈에 들어오다 전준우가 죽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7회 이후 게임 종반이었다면 당연히 타자를 홈으로 들어가도록 돌리는 게 맞지만, 그 때는 5회였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