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퍼센트 우주/리처드 파넥 지음·김혜원 옮김/382쪽·1만9000원/시공사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그런 기대를 배반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암흑물질·에너지는 블랙홀이나 깊숙한 우주와는 별 관계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의 목적은 우주를 빠르게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우주의 73%)와 인간 행성 은하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우주의 4%)의 경계 밖에 있는 암흑물질(우주의 23%)의 실체를 설명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며 대중 잡지에 과학에 관한 글을 꾸준히 기고해 왔다. 그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인 이 신비의 암흑물질·에너지를 과학자들이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생생히 그린다. 저자는 로버트 디키, 애덤 리스, 베라 루빈 등 암흑물질·에너지 발견의 숨은 공로자들이 내세운 우주론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이들의 가설과 이론이 계속 부정되고 입증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하지만 천문학, 물리학의 개념에 낯선 일반 독자들은 자칫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책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책의 모든 개념과 내용을 낱낱이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우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작은 ‘한 점’에 불과한지 깨닫는 과정이라 하지 않던가.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