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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열두가지 동물 구름이 몽실몽실

입력 | 2013-09-07 03:00:00

◇구름/공광규 글·김재홍 그림/36쪽·1만2000원·바우솔




바우솔 제공

낮에 잠깐씩은 훅 더운 기운이 남았어도 여름은 이제 힘을 잃은 것 같습니다. 요즘 하늘을 보면 그 푸르름에 눈이 시립니다. 게다가 하늘 멀리 펼쳐진 구름 모양은 또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요. 가을 하늘 푸른빛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흰 구름이 만드는 꿈같은 모양들은 가을이 주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온종일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어도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그 구름을 가득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책을 넘기면 하루 24시간을 두 시간 간격으로 나누어 모습을 바꾸는 구름이 펼쳐집니다. 처음엔 동물인지, 그저 하늘 가득 모여든 구름일 뿐인지 헛갈립니다. 하지만 잠깐 들여다보면 문득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갈기를 휘날리는 말이 보였다가, 양이었다가, 호랑이로 각 장마다 변해가는 구름 모양을 들여다보며 동물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읽다보면 순서를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십이간지입니다. 열두 동물로 두 시간씩 나누어 시각을 표시했던 옛 사람들의 지혜에 맞춰 모두 열두 가지 동물 모양 구름이 책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그 구름 뒤로 하늘 색깔도 바뀝니다. 바뀌는 하늘을 따라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글은 짧은 시를 한 문단씩 각 장에 차례로 나눠 실었습니다. 글쓴이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에 더없이 밀착되어 있던 열두 동물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특성에 맞춰 풀어내고 싶었답니다. 그 생각에 하늘을 떠가는 작은 구름 한 조각이 더해져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여러 책에서 아름다운 그림으로 인정받은 그림 작가 김재홍의 치밀하고 섬세한 표현이 잘 살아났습니다. 어쩌면 지루하게 반복하는 구름 이야기일 수 있었던 장면을 즐거운 발견으로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작업하는 동안 작가도 웃으며 그려 넣었을 것 같은 반짝이는 장치를 찾아내는 일도 재미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