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사회/최태섭 지음/272쪽·1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위 다섯 개 단어 중 3개 이상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신도 ‘잉여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잉여세대는 사회 발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무능한 20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는 활개 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잉여’는 무한경쟁에서 오는 불안감을 잊으려고 무의미한 일에 몰두하는 젊은이를 통칭하는 새로운 청년 담론이다.
잉여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병맛’이다. ‘병신 같은 맛’의 준말로 글자 그대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이들의 놀이문화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말꼬리를 잡는 ‘댓글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1차원적 개그로 가득 찬 웹툰을 본다. 사소한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키보드 워리어’나 극단적 보수 성향의 누리꾼 ‘일베충’(‘일간베스트 저장소’ 이용자)도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병맛을 즐기는 잉여들의 놀이문화를 진지하게 분석한다. 8개 챕터에 걸쳐 잉여가 어떻게 생겨났고 이들의 생태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석했다. 마치 언어학자가 지역 방언을 연구하듯 ‘아햏햏’ 같은 온라인 언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부분은 저자 또한 잉여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20대들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