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카리스마 강조, 밤엔 ‘퍼스트레이디 스타일’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6월 30일 중국 시안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당시 박대통령의 한복 패션은 대체로 후한 평가를 받은 가운데 “다른 스타일의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시안=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 대통령의 이런 패션 전략은 ‘TPO(Time, Place, Occasion)’를 고려한 스타일링에서 나타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입을 옷을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이 매일 대통령의 패션을 모니터링하고 청와대 사진기자들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5월 미국 방문 때는 미국인이 좋아하는 푸른색 계통의 재킷을 입었고, 6월 중국 방문 때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빨간색과 노란색 계통의 재킷을 입었다. 이는 상대국 정상과 국민에게 친밀감을 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패션을 통해 상대를 이해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공공외교를 박 대통령이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입는 재킷은 대부분 깃이 목까지 올라오는 이른바 ‘만다린 칼라(차이나 칼라)’ 스타일이다. 이는 대통령의 권위와 카리스마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치마보다 바지를 선호하는 것은 남성성과 활동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2004∼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여당과 담판을 짓는 자리에서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은 것도 비슷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2월 취임식과 3월 3군 합동 장교 임관식 등에서 군대를 상징하는 카키색 롱코트를 입은 것에 대해 패션계에서는 세련되지 못하고 답답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여권에선 여성 대통령임에도 안보를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해 강인함을 드러내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박 대통령이 부드러운 이미지와 여성성을 강조할 때도 있다. 미국과 중국 순방 때 정상회담 같은 공식 업무를 위한 자리 외에 국빈 만찬이나 동포 간담회 등에선 다양한 스타일과 색채의 한복을 입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달 6일 인문·문화계 인사들과 만날 때도 치마 차림이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패션을 관찰해온 정부의 한 관계자(여성)는 “결혼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행사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로 구분하는 패션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패션을 관찰한 인사들은 대통령이 “의외로 옷가지 수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방문 때 입었던 재킷을 국무회의 때 다시 입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브로치를 제외하고는 액세서리를 별로 하지 않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