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맑음. 노마, 노마, 노르마.#74 Norma Winstone ‘Distance’ (2008년)
노마 윈스턴 홈페이지
처음은 3월 1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클럽 ‘더티 도그 바’에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음악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록 밴드 노마 진(Norma Jean)이었다. 날 선 헤비메탈에 수학적으로 복잡한 박자를 결합한 매스코어(mathcore)를 분출하는 이 밴드를 좋아하는 팀으로 꼽을 때마다 지인들은 웃었다. 메릴린 먼로의 본명이 아니라 어쩐지 노 마진(no margin·원가판매)이 먼저 떠오른다며. 무시무시한 음악을 구사하는 노마 진은 의외로 크리스천 록 밴드다. 악마 같은 목소리로 신앙을 설파한다고 할까. 이들의 라이브는 기대보다 더 강력했다. 관객 50명 앞에 토해내는 음악 설교가 대형교회 목사님들보다 셌다. 새 앨범도 좋다니 얼른 들어봐야지.
두 번째는 얼마 전 스웨덴 스톡홀름 시 스코네가탄에 있는 유서 깊은 음반점 펫사운즈 레코드의 점원이 추천해준 현지 전자음악 그룹 노르마(Norma)였다. 스칸디나비아의 음산한 지방도로를 배경으로 한 음반 표지처럼 이들의 음악은 빠른 템포에서도 특유의 한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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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6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내한공연을 펼친 영국의 여성 재즈 보컬 노마 윈스턴(Norma Winstone·사진)이다. 은발 아래 보라색 브이넥 원피스를 입고 나온 72세의 가수는 어쩐지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하는 헬렌 미렌 같은 인상이었다. 첫 곡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닉 드레이크(1948∼1974)의 곡 ‘타임 오브 노 리플라이’. “여름은 가고 열기는 잦아들었다/가을이 황금왕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고 노래하는 윈스턴에게서 황금빛 벌판의 바람이 불어왔다. 시종 청아한 목소리로 유려한 스캣을 구사하며 손놀림으로 선율을 모사하는 그는 옛 이야기로 미래를 은유하는 나이 든 여제사장처럼 보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