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몽구 “부산~유럽 철도연결 방안 마련하라”

입력 | 2013-09-09 03:00:00

한-러 정상회담서 폭넓게 논의되자 그간 밝혔던 구상 구체적으로 지시
현대로템, 2008년부터 러 진출 대비… 모스크바 지하철 사업도 입찰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라시아 횡단철도 연결사업의 핵심인 러시아 철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한 바람을 언급한 직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로템은 10일 러시아 화물철도 차량 생산업체 UVZ의 경영진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현대로템 철도차량 생산 공장으로 초청해 러시아 철도사업에 대한 업무협력 및 기술이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러시아 연방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영회사인 UVZ는 지난해 매출액 60억 달러(약 6조5400억 원), 직원이 7만 명인 중공업회사다. 이번 협의에는 알렉세이 티샤예프 UVZ 철도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경영진에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에 참여할 것을 여러 차례 주문해 왔다. 그는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거리가 1만9000km인데 배로는 27일이 걸리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하면 열흘이면 충분하다”며 “운반비용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배를 이용할 때의 22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생전에 “우리가 만든 열차로 부산에서 서울, 평양을 거쳐 유럽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박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뒤 그룹 각 계열사들에 관련 사업 참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현대로템은 2008년부터 러시아 철도시장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철도청과 철도차량 공급, 인증, 연구개발에 대한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현재 러시아 실정에 맞는 고속형 장거리 전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또 2015년 개통할 예정인 모스크바 순환선 전동차 사업(231량·4억 달러 규모)과 모스크바 지하철 고급 전동차 사업(2500량·42억 달러 규모) 입찰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러시아와의 철도사업 협력을 통해 유라시아 철도 연결에 적극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수립 중”이라며 “남북한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철도연결 사업에 합의할 경우 북한에서 차량을 조립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현대제철이 철도차량 및 주요 부품 제작용 강재 공급을 검토하는 등 여러 계열사가 러시아 철도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