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페스티벌 ‘위대한 만남’ ★★★★
7일 열린 ECM페스티벌에서 영롱한 선율로 청중을 매료시킨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위쪽 사진)와 같은 날 공연에서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선보인 ‘오보에의 전설’ 하인츠 홀리거. 크레디아 제공
시프와 홀리거는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의 대표적 클래식 아티스트다. 시프는 베토벤 피아노 전곡과 바흐, 슈베르트를, 홀리거는 윤이상과 바흐의 작품을 ECM을 통해 음반으로 내놨다. 정명훈도 올겨울 첫 피아노 솔로 앨범을 ECM에서 낼 예정이다.
서울시향의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에 이어 백발의 오보이스트가 등장했다. 홀리거는 “윤이상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한국 무대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재독 작곡가였던 윤이상(1917∼1995)과 깊은 우정을 맺었던 사이. 윤이상은 홀리거와 그의 아내인 하피스트 우르줄라를 위해 여러 작품을 작곡했다.
깐깐하기로 이름난 시프는 전속 조율사를 대동하고 내한했다. 시프의 전속 조율사는 본 공연에 쓸 예술의 전당 스타인웨이 피아노뿐만 아니라 연습에 사용하는 서울시향의 피아노까지 꼼꼼하게 매만졌다. 특히 서울시향의 낡은 피아노는 ‘새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소리가 달라졌다고 한다. 리허설 때 시프는 소리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모든 관계자들을 콘서트홀에서 나가게 했다.
시프는 2011년 처음 존재가 알려진 브람스의 소품 ‘알붐블라트’에 이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시프가 만들어 내는 한 음 한 음은 깨끗하고 영롱하기 이를 데 없었다. 깃털처럼 가볍고 샘물처럼 맑은 소리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을 한 편의 서정시로 풀어냈다. 서울시향의 묵직한 사운드와 시프의 정갈하고 산뜻한 건반 간 균형이 썩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프는 앙코르로 브람스 인터메조 작품 117-1,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2, 베토벤 바가텔 작품 126-4를 잇달아 들려주며 내년 3월로 잡힌 내한 리사이틀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