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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리포트]자외선차단제 얇게 바르면 별 효과 없다

입력 | 2013-09-09 03:00:00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얼마 전 중년의 직장 여성이 진료실에 왔다. 유독 왼쪽 얼굴과 팔이 오른쪽보다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많았으며 검버섯이라 불리는 지루각화증도 다수 보였다. 그는 이 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보다 늙어 보인다고 했다.

이 환자는 20대부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전하면서 출퇴근했다. 자외선차단제는 매일 꾸준히 바르지만 번들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되도록이면 소량만 바른다고 했다. 차단제를 발랐는데도 다른 이들보다 ‘광노화’가 많이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외선은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고 각종 피부질환 치료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등 이로운 측면이 있다. 반면 과다하게 노출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단기간 노출될 때는 홍반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되면 광노화 기미 등의 색소 침착을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하게는 피부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서 자외선B는 주로 일광화상을, 자외선A는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따라서 자외선차단제 효능도 두 가지 자외선을 차단하는 지수로 표현한다. 자외선B를 차단하는 정도는 SPF로, 자외선A를 차단하는 정도는 PA로 표현한다.

SPF는 자외선 양이 1일 때 SPF15인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에 닿는 자외선 양이 15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최근 피부과학회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SPF30 정도의 차단제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PA는 뒤에 붙은 +의 개수로 강도를 나타낸다. +가 1개면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때보다 2∼4배, 2개면 4∼8배, 3개면 8배 이상 자외선A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단제를 선택할 때는 자외선B뿐만 아니라 자외선A도 함께 차단할 수 있는 광범위 용도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모두 차단제 권고량인 체표면적 cm²당 2mg의 양을 바를 때가 기준이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피부가 하얗게 되거나 끈적임 등의 불편 때문에 권고량의 25∼50% 정도만 바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차단제를 발라야 하나요?”라고 환자들이 물을 때 피부과 의사로서 명확한 답변을 해 주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런 때는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간단한 ‘티스푼 법칙(teaspoon rule)’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티스푼 하나는 6mL가 조금 안 되는 양이다. 얼굴과 목 왼팔 오른팔은 각각 티스푼 반 이상을 사용하고 몸통의 앞뒤, 양쪽 다리는 각각 티스푼 하나 이상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2시간마다 다시 발라 줘야 하고 물놀이를 할 때는 방수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차단제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빠지면 안 되는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차단제를 꾸준하고 올바르게 사용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지키도록 하자.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