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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설때 어지럽나요? 이비인후과로 가세요

입력 | 2013-09-09 03:00:00

■ 9월 9일은 귀의 날




“어지러워요. 토할 것도 같고.”

동네 가정학과 의원을 찾은 50대 후반의 남성은 한사코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검사장비가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에 먼저 가 볼 것을 권했다. 남성은 무슨 처방이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의사는 “많은 사람이 어지러우면 일단 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전문가들도 장비가 없으면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연구에 따르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의 65%가 귀를 비롯한 말초감각기관 이상이 원인이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불안증 등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인 때는 13%였다. 뇌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은 9%에 그쳤다.

특히 50세를 넘어서면 감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뇌부터 걱정한다. 귀에 이상이 있는데 뇌 부위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봐야 원인을 찾을 수가 있겠는가. 오늘(9일)은 귀의 날이다. 귀부터 검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머리 움직일 때 어지럽다면 이석 의심

인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는 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귀 안쪽에 있는 전정기관은 회전 운동을 담당하고 위치 변화를 감지한다. 빠르게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탔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전정기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 전정기관 안에는 ‘이석(耳石)’이란 석회성분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석이 떨어져 좌우로 움직이면 심한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 병을 이석증이라고 한다.

이석증이 원인이 돼 생기는 어지럼증은 머리의 위치를 바꿀 때 주로 발생한다. 짧게는 1, 2초에서 길게는 1분 정도 증상이 계속된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눕거나 아침에 깨어 일어날 때 어지럼증이 생긴다. 또는 침대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머리를 감으려고 고개를 숙일 때나 갑자기 치켜들 때, 좌우로 돌릴 때 순간적으로 어지럽다. 대체로 특정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였을 때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 있다. 구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병원에 가면 이석을 원래 있던 자리로 빼내는 시술을 한다. 보통은 한두 차례만 이 시술을 받으면 90% 내외가 완치된다. 드물긴 하지만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재발하기도 하지만 그때도 빨리 병원에 가면 치료가 어렵진 않다.

○ 30분 자가진단-치료법 알자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 이석이 원인인지를 알 수 있는 자가진단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동시에 치료도 가능하다. 요령을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침대나 소파의 가장자리에 바로 앉는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머리를 누일 자리에는 베개를 미리 놓는다. 먼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 상태에서 그대로 옆으로 눕는다. 동시에 고개는 천장 쪽으로 돌린다. 고개를 돌릴 때는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눕는 속도는 빨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지럼증이 생겼다면 이석이 원인일 확률이 아주 높다. 30초 이상 그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그 다음에는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물론 빠른 속도로 일어나야 한다. 이때도 어지럼증이 나타났다면 30초 정도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하자.

모든 동작을 끝냈다면 고개 돌리는 방향을 바꿔 다시 해본다. 20회 정도 좌우를 번갈아가며 반복하도록 한다. 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정도. 아침저녁으로 하는 게 좋다.

이 운동을 할 때 처음에는 구토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하게 어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 반복하면 이런 증상들이 많이 개선된다. 2주 정도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도 어지럼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도움말=정원호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