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9일은 귀의 날
동네 가정학과 의원을 찾은 50대 후반의 남성은 한사코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검사장비가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에 먼저 가 볼 것을 권했다. 남성은 무슨 처방이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의사는 “많은 사람이 어지러우면 일단 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전문가들도 장비가 없으면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특히 50세를 넘어서면 감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뇌부터 걱정한다. 귀에 이상이 있는데 뇌 부위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봐야 원인을 찾을 수가 있겠는가. 오늘(9일)은 귀의 날이다. 귀부터 검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머리 움직일 때 어지럽다면 이석 의심
인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는 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귀 안쪽에 있는 전정기관은 회전 운동을 담당하고 위치 변화를 감지한다. 빠르게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탔을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전정기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 전정기관 안에는 ‘이석(耳石)’이란 석회성분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석이 떨어져 좌우로 움직이면 심한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 병을 이석증이라고 한다.
병원에 가면 이석을 원래 있던 자리로 빼내는 시술을 한다. 보통은 한두 차례만 이 시술을 받으면 90% 내외가 완치된다. 드물긴 하지만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재발하기도 하지만 그때도 빨리 병원에 가면 치료가 어렵진 않다.
○ 30분 자가진단-치료법 알자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 이석이 원인인지를 알 수 있는 자가진단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동시에 치료도 가능하다. 요령을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침대나 소파의 가장자리에 바로 앉는다. 누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머리를 누일 자리에는 베개를 미리 놓는다. 먼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 상태에서 그대로 옆으로 눕는다. 동시에 고개는 천장 쪽으로 돌린다. 고개를 돌릴 때는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눕는 속도는 빨라야 한다.
모든 동작을 끝냈다면 고개 돌리는 방향을 바꿔 다시 해본다. 20회 정도 좌우를 번갈아가며 반복하도록 한다. 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정도. 아침저녁으로 하는 게 좋다.
이 운동을 할 때 처음에는 구토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하게 어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 반복하면 이런 증상들이 많이 개선된다. 2주 정도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도 어지럼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도움말=정원호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