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해냄·2006년)
몇 년 전, HP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일 좀 열심히 해보려는 여성들이 조직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미국 사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한국 여성들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여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파트너 기업 직원 앞에서 발표할 때, 정장바지 주머니 속에 남편 양말을 뭉쳐 넣고 남자들의 물건(?)처럼 보이게 해 상대의 편견을 깨뜨리게 했다는 대목에서는 호기심도 들었다. 아무리 배짱 좋은 여성도 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일에 집중하는 ‘프로’의 자세도 본보기로 삼을 만했다.
내가 처음 사회에 진출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지금도 여성 직장인을 둘러싼 여건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육아와 출산은 여전히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큰 ‘짐’이다. 힘들어하는 후배를 만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들이 어떻게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지를 살펴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거나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아도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천하의 ‘칼리 피오리나’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하나하나 극복해 갔으니.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