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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승에 올림픽 유치까지… 아베 롱런, 거칠게 없다

입력 | 2013-09-09 03:00:00

“경제효과 3조엔… 성장 기폭제로” 헌법 개정-집단자위권도 힘받을듯
일각선 “국제적인 책임감 커져 보수-우경화 틀 탈피 계기될 것”




2020년 여름올림픽을 유치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기는 당분간 고공 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그는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 올림픽 유치에 따른 지지도 상승까지 더해져 산적한 현안에서 더욱 과감한 행보를 이어 갈 수 것으로 보인다.

애초 도쿄(東京)는 경쟁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와 터키 이스탄불보다 우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투표를 앞두고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돼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폐회식 참석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에게 맡기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갔다. 그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후쿠시마 사고가 도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고 충분한 예방 조치로 도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아베 총리는 8일 기자회견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15년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킬 기폭제로 삼고 동일본 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 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약 3조 엔(약 33조 원)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초 최종 결정할 소비세 인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 민감한 경제 현안을 풀 때 ‘올림픽 바람’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군대 보유 등 찬성과 반대가 갈리는 정책들도 자신감을 갖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림픽 유치가 아베 총리뿐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와 내향화를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림픽 개최지로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고 글로벌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오 도쿄 시내 한인 밀집 지역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열린 혐한 시위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보여 줬다. 극우 단체인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는 6월 30일을 끝으로 혐한 시위를 벌이지 않다가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자마자 시위를 재개했다. 약 150여 명의 극우파가 모여 일장기와 욱일기를 들고 신오쿠보 한인 가게 앞을 오가며 시위를 했다. 이들은 “도쿄 한국학교에 정부 보조금을 주는 것은 세금 낭비” “한국인들이 각종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범은 조선학교 교장이다” 등을 외쳤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는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자” “재특회는 꺼져라” “차별주의 반대” 등을 외치는 시민이 300명 이상으로 더 많이 모였다. 이들은 재특회의 행진을 길 양쪽에서 따라가며 “너희들이 바로 일본의 수치다. 돌아가라”고 외쳤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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