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가 농담이면 김정은 핵무기는 장난인가종북세력 국회입성 돕고도 사과도, 책임도 안지는 사람들‘매카시즘’ 함부로 말하지 말라… 대한민국이 더 중요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의 망명 시절, 개자추라는 신하가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내 주군의 굶주림을 달래게 했다는 할고봉군(割股奉君)의 고사가 있다. 백범 김구는 편찮은 부친을 위해 한 차례 허벅지살을 베어냈으나 두 번째는 고통 때문에 못했다며 “나와 같은 불효자가 어찌 감히 효자가 되랴” 하고 ‘백범일지’에서 탄식했다.
지극한 충성이나 효심을 뜻하는 이 말을 지난해 2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썼다. 그것도 민주당 입당식에서 “허벅지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통 크게, 더 많이 양보하고 헌신하고 희생하라”고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백기 든 야권연대를 종용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그에게 꽃다발을 바쳤다.
유시민 심상정 등과 담합에 가까운 협업을 했고, 백낙청의 ‘2013년 체제론’도 한몫했지만 민주당의 허벅지살 없이 통진당이 이토록 혁혁한 성과를 거뒀을 리는 단언컨대, 없다. 박원순도, 문재인도, 민주당이라는 공당(公黨)도 사과는커녕 자성의 기미조차 없다. 조경태 의원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일면 책임이 있다”며 친노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선캠프 대변인이었던 진성준 의원은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발언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제 발 저린 사람처럼 나섰다. 제발 좌시하지 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기 바란다. 그리하여 이석기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통진당 의석(6석)보다 훨씬 더 나온 반대·기권·무효표(31표)의 주인이 누군지 알려줘 국민에게 심판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해도 아닌 척 국회에 입성한 종북 의원은 용납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를 남측 정부라 칭하면서 “조선 인민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놈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의 시대와 꿈을 만들 수 있다”는 사람에게 나의 혈세를 바칠 순 없다.
이석기의 녹취록 공개 이후 통진당과 함께 춤을 췄던 사람들은 그가 과대망상 정신질환 발달장애라며 깔아뭉개고 싶은 모양이다. 압권은 “총기 탈취 발언은 농담”이라고 해명한 통진당 얼굴마담 격의 이정희였다. 그럼 김정은 집단의 핵무기는 장난이란 말인가.
그러나 김정은 치하의 2400만 북한주민들은 죽음 같은 고통 속에 산다. 그들이 웃긴다는 이석기의 통일혁명론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소름 끼치게 일치한다. 대남 공작원 출신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올 초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낸 ‘북한 대남전략의 실체’에 그대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약해질 때 민주역량으로 위장한 남한의 종북세력이 무장 봉기하면, 북이 지원 공격함으로써 통일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한 모임에서 “이석기 관련 혐의는 3년 이상 추적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지난해 대선 전에 파악하고도 선거에 활용한다고 할까 봐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매카시즘 종북몰이’를 한다고 공격하는 이들은 1990년대 옛 소련 비밀문서를 통해 소련 간첩설이 상당수 사실로 밝혀졌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강성대국을 외치는 북한 김정은에게 “정신병자”라고 말하지도 못할 그들이다. 김정은 체제는 지켜주지 못해 안달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에 대고는 ‘독재정권’이라고, 남의 허벅지살 베어내듯 함부로 말하진 말아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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