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檢 압박 두달만에 全씨측 백기…10일 미납 추징금 1672억 납부 회견

입력 | 2013-09-10 03:00:00

장남 재국씨가 가족 대표로 발표
‘대국민 사과’도 함께 할 예정




연희동에 쏠린 눈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 전액을 자진납부하기로 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사진 왼쪽 건물) 앞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10일 1672억 원의 미납 추징금 전액을 자진 납부하는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은 검찰이 7월 16일 전 전 대통령 자택 등의 압류, 압수를 통해 추징금 환수에 본격 착수한 뒤 근 두 달 만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추징금 환수에 착수했을 때만 해도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처남 이창석 씨가 지난달 19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찰이 수사로 전환해 전 전 대통령 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 씨를 구속하자 자진납부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은닉됐을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 오산시 땅과 연천군 허브빌리지, 서울 한남동 땅 등을 잇달아 압류하고 차남 재용 씨를 소환 조사하자 전 전 대통령 가족들은 “자진납부를 해서 형사처벌은 피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연이은 강공이 효과를 본 것이다. 여기에 4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자진납부를 통해 추징금을 완납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은 4, 6, 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재국 씨 자택에 모여 잇달아 가족회의를 열고 자진납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6일에는 재국 씨 집에 전 전 대통령의 경호차량도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전 전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가족회의에서 미납 추징금 가운데 누가 어떻게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최종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은 검찰이 압류한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의 재산은 포기하는 방식으로 국가에 납부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재를 털어 추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징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일단 출판사(시공사) 등을 경영하며 자산만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재국 씨가 가장 많은 700억 원 정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는 검찰에 이미 압류된 미술품 수백 점과 연천 허브빌리지 땅 13만 m² 등도 포함된다.

차남 재용 씨 역시 검찰에 압류된 오산 땅 44만 m²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빌라 두 채 등을 포함해 500억 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재용 씨는 압류 부동산 외에 재개발을 위해 매입한 서울 중구 서소문 땅도 매각해 추징금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남 재만 씨와 딸 효선 씨도 각각 보유 중인 부동산 등을 매각해 200억 원과 40억 원을 보태기로 했고, 재만 씨의 장인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도 현금 100억 원 상당을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이순자 여사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와 별채, 압수된 미술품 역시 추징금으로 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총 1672억 원을 모두 자진 납부하겠다는 것이다. 장남 재국 씨가 가족 대표로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에서 발표할 내용에는 이 같은 추징금 분납 방법과 추징금 미납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만 짧게 하고 기자들의 질의는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측에는 자진납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문서도 함께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금을 완납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일부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수십억 원의 채무를 반드시 갚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자 재국 씨가 반발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담보를 언제 해지하겠다는 이행각서도 친필 서명해 검찰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방안도 역시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계획대로 모두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압류된 재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한 재산을 처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압류를 풀어주고 전 전 대통령 측에서 매각하게끔 한 뒤 추징금을 스스로 납부하게 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의 변심 등 혹시 모를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고 양도소득세 등으로 인해 환수 금액을 줄어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매를 통해 압류 재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징금을 환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공매를 하지만 캠코를 통한 공매는 낙찰가가 높지 않은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감정가의 70∼80% 수준에서 낙찰가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술품 역시 전부 매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했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도 있다.

검찰은 추징금 완납과는 별도로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드러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비자금 도피나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진 납부하기로 한 이상 처벌 수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최석호 채널A 기자 ryu@donga.com



▶ [채널A 영상]단독/경호차량이 평창동에…전두환, 가족회의 참석 가능성
▶ [채널A 영상]단독/밤샘 ‘발표문’ 작성…전두환 일가, 대국민 사과도 한다


관련뉴스